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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민주화 시위/ 군부, 온건 제스처로 시위대 달래기…친미정권 유지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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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민주화 시위/ 군부, 온건 제스처로 시위대 달래기…친미정권 유지 시나리오

입력
2011.02.0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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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군부가 침묵을 깨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이집트 국민들의 요구는 합법적(legitimate)이며 시위대를 향해 무력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공식 발표만 보면 군부가 시위대 손을 들어줬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30년 독재를 지탱해온 이집트 군부가 사태 수습 차원에서 시위대에 '온건 제스처'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집트 군부의 공식 성명은 1월 25일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지 일주일 만에 나온 것이다. AP통신은 "시위가 평화적으로 계속되는 한 이집트군은 무바라크 하야 때까지 시위를 용인하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야권과 시위대도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실제로 시위 나흘째인 28일부터 카이로 도심에 탱크와 군인들이 배치됐지만 이들은 시위에 특별히 관여하지 않았다.

이집트에선 1952년 군인 출신 가말 압델 나세르가 무혈쿠데타로 왕정을 전복하고, 73년 이스라엘과의 4차 중동전쟁에서 승리를 거두는 등 군대는 신뢰 받는 집단이었다. 나세르 이후 안와르 사다트, 무바라크 등 역대 이집트 대통령도 모두 군인 출신이다. 따라서 이번 성명은 강력한 영향력의 군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중립으로 돌아선 방증으로 볼 수도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도 "군부가 시위대와 대통령 간 중재자(arbiter)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무바라크 대통령과 군부의 '짜고 치기'일 수도 있다. 시위대의 분노를 가라앉히려고 시간 벌기에 나선 의혹도 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1일 "이번 성명을 군부가 대통령 지지를 줄이겠다는 신호로 볼 수 있을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군부와 무바라크의 전술적 제휴 가능성은 1월 29일 군인 출신의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과 아흐메트 샤피크 신임 총리를 임명할 때부터 감지됐다. 시위 이후 잠행하던 무바라크 대통령이 내각 교체 후 처음 나타난 곳도 군작전센터였다. NYT는 술레이만 부통령 임명에 대해 "무바라크가 퇴임 후 안전을 보장 받고 권력을 순조롭게 넘기기 위한 술책으로, 군부와 협의를 한 결과"라고 분석한 바 있다.

가디언은 "무바라크가 군대, 술레이만 부통령 등 핵심 지지세력의 설득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물러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분석"이라고 전했다. 이집트 군부 뒤에는 미국이 있다. 결국 친미정권을 바라는 미국, 하야 후를 생각하는 무바라크와 군부의 3자 이해가 일치하는 시나리오가 '무바라크 하야, 미국과 군이 신뢰할 수 있는 후계자의 권력 승계'다. 군부의 중립 성명 발표로 이런 계획이 가동되기 시작했다는 설명도 가능해 보인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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