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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북극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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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북극진동

입력
2011.02.0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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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 보텍스(Polar vortex)를 직역하면 '극회오리' 정도가 되겠다. 행성의 극지방 상공을 휘도는 대형 사이클론 같은 기류를 일컫는 것으로, 여기서의 '회오리'는 우주적 스케일로 펼쳐진다. 그래서 기상 전문가들은 실제 보다 터무니없이 작게 느껴지기 십상인 '극회오리'라는 말 대신 '극제트'라는 말을 쓴다고 한다. 지구 북반구에선 대류권과 성층권 사이에서 북극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파동치며 휘도는 최대 지름 6,000㎞의 거대한 한랭 제트기류를 말한다.

■ 극제트는 극지방을 정점으로 한 고위도 지역과 중위도 지역 간 온도와 기압차에 따라 형성된 기류가 지구 자전력을 받아 회오리치면서 발생한다. 따라서 온도와 기압 분포의 계절적 추이에 따라 극제트의 운동반경도 축소와 확장을 되풀이한다. 통상 여름엔 북위 70도까지를 반경으로 휘돌다가 겨울엔 북위 40~50도까지로 반경이 크게 확장된다. 이번 겨울 우리나라와 미국 동북부, 중부 유럽 등의 이상 한파와 폭설의 원인으로 제시된 북극진동(北極振動ㆍarctic oscillation)은 이런 극제트의 세력이 계절적 요인과는 별도로 수십 일 또는 수십 년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을 말한다.

■ 북반구 고위도 지역과 45도 정도를 경계로 하는 중위도 지역 간 온도ㆍ기압차가 크면 클수록 극제트엔 북극을 향한 일종의 구심력이 강해진다. 따라서 북극 지역이 추워 양측 온도차가 크면 클수록 활동반경은 작지만 맵고 야무진 극제트가 형성되는 것이다. 반면 북극 지역의 온도가 높아지면 극제트는 세력이 약화하면서 원심력이 크게 작용해 활동반경이 더 남하하게 된다. 기상학자들은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이번 겨울엔 북극 지역 기온이 예년 보다 10도 가량 높은 영하 20도에 이르는 바람에 극제트가 우리나라 같은 중위도 지역에 직접 영향을 줄 정도로 남하했다고 설명한다.

■ 그러면 결국 지구온난화가 이번 겨울 이상한파의 주범이란 말일까. 정준석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극제트가 이번 추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극제트의 남하가 지구온난화 때문이라는 건 아직 가설일 뿐"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해수면 온도의 급격한 변화를 의미하는 엘니뇨나 라니냐 현상뿐 아니라, 여름철 북태평양 고기압의 이례적 발달 등도 최근 이상기후에 영향을 준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기후분석을 듣다 보면, 인류가 꽤 많이 아는 것 같다 싶다가도 여전히 안개 속에서 헤매는 것 같은 묘한 한계를 느끼곤 한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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