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상황은 1980년대 한국과 같습니다. 이집트도 한국과 같이 변하기를 바래요." (압둘 가파르)
이집트에서 독재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반(反)독재 민주화 시위가 한창인 31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집트대사관 앞에서도 두 이집트인의 주도로 '무바라크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그 주인공은 전남의 한 대학에서 아랍어와 아랍문학을 가르치는 압둘 가파르(Mohmoud Abdul Ghaffarㆍ40)와 무바라크 정권 하에서 대사관 직원으로 일한 칼리드 알리(Khalid Aliㆍ42)씨. 두 사람은 이집트 사태를 CNN과 알자지라 방송에서 접한 뒤 집회를 생각해냈다. 집회참여 신고인원은 20명에 불과했지만 200여명(주최측 추산)이 현장에 모일 정도로 호응이 높았다.
압둘씨는 이날 "이집트 7,000년 역사가 무바라크 대통령 치하 30년 동안 모두 파괴됐다"면서 "(무바라크 정부는) 비상계엄법을 공포하고 근거 없이 '위험인물 리스트'를 작성해 무고한 시민을 감옥에 가두고 고문하고 있다"고 반정부 시위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 "무바라크 대통령이 군인과 경찰을 마구 늘린 것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다. 그것이 최악이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사관 직원으로서 현 정부의 온갖 부정부패를 목격했다는 알리씨는 페이스북으로 고국의 상황을 알리느라 며칠 잠도 설쳤다고 한다. 그는 "시위 도중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남은 두 아들도 나라를 위해 잃을 준비가 됐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정말 자랑스러웠다. 자유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우리는 그 대가를 치를 준비가 돼 있다"며 민주화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한국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고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 알게 됐어요.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일도 한국의 민주화 운동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우리에게 김대중과 같은 지도자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압둘)
두 사람은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한국에서 인터넷을 통한 홍보, 시위 개최, 모금 활동 등을 펼칠 계획이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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