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8일부터 사흘간 개헌 의총을 열기로 한 가운데 당내 계파들이 제각각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친이계는 6일 대규모 회동을 하는 등 세 규합에 본격적으로 나섰고, 친박계는 무대응을 표방하면서도 사태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날 열린 친이계 의원 모임 '함께 내일로'의 회동에는 설 연휴 끝자락임에도 의원 35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당 개헌 특위 구성 및 야권과의 개헌 협상 착수 등을 의총에서 당 지도부에 요구키로 하는 등 개헌 공론화에 적극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이 자리에서 "친이계가 뭉치면 개헌할 수 있다"며 "이번에 안 하면 다음에 하면 된다는 패배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 신년 방송좌담회에서 개헌 필요성을 이야기한 뜻을 잘 새겨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우 의원은 개헌 타이밍이 늦었다는 지적에 대해 "민주화 시대에서 개헌을 위한 적기는 현실에서 허구"라고 했고, 권택기 의원은 "2007년 4월 개헌 추진이 이미 당론으로 확정된 만큼 이번 개헌 의총은 당론 집행을 요구하는 자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설 연휴 동안 지역에서 체감한 민심이 개헌과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데 대한 고민도 나왔다. 한 참석 의원은 "국민에게 불신을 받는 의원들이 권력과 관련된 개헌을 이야기하면 외면당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도 이를 의식한 듯 "물론 헌법 조문 하나가 잘못돼 서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큰 틀로 봐서 다음 정권이 어떤 나라를 지향하느냐는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개헌 논의가 정략적 의도를 갖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진정성을 보여주는데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개헌에 부정적인 김문수 경기지사의 측근인 차명진 의원은 "국민이 워낙 대통령제를 원하는데 손대는 것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론을 폈다.
친박계는 무시 전략이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개헌 의총에 대비한 의원들의 모임이나 의견 교류는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계파가 떼를 지어 개헌에 반대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판단을 하는 것 같다. 한편으론 "우리가 반대해서 개헌이 안됐다는 덤터기를 쓰기 싫다"는 속내도 엿보인다.
그래서 의총 참여 여부도 개별 의원들의 판단에 맡긴다고 한다. 친박계 서병수 최고위원은 "개헌 논의는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생각이지만 굳이 의총을 보이콧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의총에 참여해서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물론 참여하지 않겠다는 친박계 의원들도 상당수였다. 친박계 중진인 홍사덕 의원은 "친박 의원들이 개헌을 두고 친이 의원들과 싸우는 모양새를 보여주면 또 다른 오해를 낳을 수 있어 의총에 참석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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