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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2월 1일] 고양이라도 그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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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2월 1일] 고양이라도 그려라

입력
2011.01.3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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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과연 무상복지 시리즈로 다음 대권을 잡을 수 있을까. 한나라당이 댓바람에 '포퓰리즘' 공세를 퍼부으며 초동 진화에 나서는 걸 보면, 무상복지 공약의 정치적 효과는 적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조차 무상 브랜드에 대해 논란이 있는 걸로 봐선, 그 득실이 어느 정도인지 당장 가늠하기는 어렵다. 자칫 역효과를 낼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최근 만난 정부 고위관계자는 "무상 브랜드는 겁날 것 없다. 하지만 민주당이 구성한 무상복지 태스크포스(TF)는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어차피 무상 브랜드야 유권자 지지를 얻기 위한 포장이지만, 현실을 중시하는 정책전문가들이 참여하는 TF에서 실현가능성 높은 방안을 내놓을 경우 정부 여당에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민주당이 무상 브랜드를 계속 밀고 갈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눈밝은 유권자들은 브랜드보다 내용에 주목할 것이다. 이제 우리 유권자들도 그 정도의 분별력은 갖췄다고 본다. 이미 현 정부의 '반값' 공약에 속아본 유권자들이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복지 논쟁의 관전포인트는 브랜드가 아니라 알맹이가 될 것이다. 목표가 아니라 그에 다가갈 방법론, 즉 조건에 대한 고민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무상복지, 즉 보편적 복지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현실 조건에 대한 충분한 고민을 하고 있는가.

여기서 조건이란 보편적 복지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이를 뒷받침할 강력한 옹호그룹의 존재이다. 우리사회에 보편적 복지의 욕구는 이미 상당히 성숙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배경에는 외환위기 이후 분배구조 악화와 중산층의 붕괴가 초래한 취약계층과 중산층의 불안감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벼랑 끝으로 추락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이런 상황에서 보편적 복지가 옳은 지향점이라는 데에는 전문가들도 대체로 동의한다(한국일보 1일자 9ㆍ10면 기획 참고).

그러나 강력한 옹호그룹이 존재하는지는 의문이다. 옹호그룹이란 정책을 뒷받침할 전문가 그룹과 언론 등 여론 주도세력이다. 외환위기 직후 김대중 정부가 사회안전망 확충에 나선 배경에는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과 기업구조조정을 위해 급증하는 취약계층을 다독일 필요성이 있었고, 그래서 사회적 합의를 비교적 쉽게 이끌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적어도 이 점에서는 여건이 좋지 않다.

또 하나 고민해야 할 조건은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다. 민주당은 재원조달 문제가 제기되자 부자감세 철회, 비효율적 예산절감, 비과세ㆍ감면 축소, 건강보험 징수체계 개혁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하나하나가 논란과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하지만 보편적 복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만 이끌어 낸다면 재원 확보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우리사회의 분배구조다. 갈수록 악화되는 불평등 분배구조를 놔두고 보편적 복지를 말하는 것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같다. 분배구조 개혁의 핵심은 조세체계를 훨씬 누진적으로 바꾸고, 불로소득에 대해 과세를 강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보편적 복지를 말하면서 이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TF가 정부 여당이 두려워할 만한 방안을 내놓기 바란다. 하지만 그와 상관없이 보편적 복지 논의가 반가운 것은, 호랑이를 그리려다 보면 고양이라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김상철 정책사회부장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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