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훌 털고 일어날 거여요. 도움을 주신 분들을 위해 할 일이 많이 남아 있거든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혈액암 병동에 입원중인 혈액암 환자 박경민(21)씨는 성년임에도 일반 암환자 병동이 아닌 어린이들이 있는 소아암 병동에 입원해 있다. 일반 병동의 '쥐 죽은 듯한' 분위기를 견디지 못해 경민씨가 병원 측에 요청, 특별히 이곳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경민씨는 "이 병동은 하루 종일 만화영화를 볼 수 있고, 울고 웃고 떠드는 소리가 그치질 않아서 생기가 솟고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돼요"라고 했다.
경민씨의 암 투병은 경기 고양시 일산동고 1학년이었던 2006년 시작됐다. 감기 증세가 한 달이 되도록 차도가 없어 병원을 전전한 끝에 결국 '혈액암 말기' 판정을 받게 됐다. 설상가상 당시 부친의 사업도 파산했다. 어머니 차경숙(42)씨는 "조직 검사비 20만원이 없어 친인척들에게 손을 벌려야 했다"며 눈물을 훔쳤다.
다행히 1차 조혈모세포 이식수술을 받은 뒤 경민씨의 병세는 호전되기 시작했다. 계속된 항암치료로 인해 몸은 바싹 마르고 머리는 빠진데다 또래보다 한 해 늦은 졸업을 해야 했지만 강원 원주시 상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할 수 있었다.
어려운 투병 생활을 거친 만큼 2010년 1년 동안 경민씨는 누구보다 알차고 소중한 대학생활을 보냈다. 농활도 참여하고 대학 내 가요제에 출전해 입상도 했다. 1학기에는 전 과목에서 A학점을 받을 정도로 학업도 충실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갑자기 쓰러져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고 또다시 '혈액암 재발' 판정을 받았다.
현재 경민씨의 처지는 문자 그대로 '첩첩산중'이다. 6개월 간 항암 치료비도 만만치 않은데 수천만원이 필요한 또 한번의 골수 이식수술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경민씨는 암을 이기기 위한 힘을 만들기 위해 입안이 온통 헐어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음식을 씹는다. 경민씨는 "제게 희망을 준 내 고장 사랑 운동 참가자들에게 거듭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곳 저곳에서 도움의 손길이 그치지 않아 성공적으로 투병 생활을 할 수 있었던 만큼 이번에도 성공적으로 회복해 많은 이들의 사랑에 보답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글ㆍ사진=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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