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에 이은 이집트의 반정부 시위는 1989년에 촉발된 동유럽 민주화 도미노를 연상시킨다.
독일 일간지 디 벨트는 28일(현지시간) "많은 전문가가 시리아나 이집트 같은 나라의 강고한 보안 조직을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1980년대 말 동유럽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며 아랍권도 동유럽 민주화의 길로 나아갈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분석했다. 디 벨트는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민주적 변화가 억눌리고 정치 문화 사회적 발전이 정체된 곳은 세계에서 중동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베를리너 차이퉁도 "1980년 폴란드 그단스크 노동자들의 파업이 솔리대리티(연대노조)의 창설로 이어졌고, 또 베를린 장벽 붕괴와 소련의 몰락으로 마무리된 긴 과정의 시발점이 됐던 것처럼 튀니지 혁명도 10년쯤 후에는 아랍세계가 독재 통치자들로부터 해방되는 신호탄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989년 동유럽 민주화는 옛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 개방 정책)의 영향으로 6월에 폴란드에서 처음 일당제가 무너지고 민주 선거가 치러진 후 연쇄적으로 일어난 동유럽 국가들의 변화를 가리킨다. 당시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가 독립해 유고슬라비아가 사라졌고, 불가리아 헝가리 체코슬로바키아에서는 공산당이 붕괴됐으며, 11월초엔 동·서독을 가르고 있던 베를린 장벽이 마침내 무너졌다. 루마니아의 장기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는 처형됐다.
이 모든 일은 1989년 여름부터 겨울까지 순식간에 일어났다. 동유럽의 민주화와 옛 소련 연방 해체로 냉전시대는 막을 내렸다.
프랑스 대혁명,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 이란 호메이니 혁명의 공통점을 분석한 (1989)의 저자인 미 듀크대 경제학과 티머 쿠란 교수는 폭압적 정권 아래에서는 사람들이 집권세력을 싫어해도 이에 동조하는 '선호 위장'을 하고 있다가 혁명의 움직임이 생기면 맹렬하게 동조한다는 밴드왜건 효과를 통해 급격한 사회변화가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