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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Cine Mania] 필름 밀어내는 디지털 그게 최선입니까?

입력
2011.01.3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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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마음이 괜스레 들떴다. 홍콩 영화 ‘흑사회’(2005)가 뒤늦게나마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서였다. 홍콩 영화계의 대가 두치펑(杜琪峰)이 연출한 이 영화는 홍콩의 폭력조직 삼합회의 이면을 사실적으로 그려 내며 권력의 냉혹함과 허상을 고발하는 수작이다. 반가운 마음에 영화수입사에 전화를 걸어 물었다. “어느 극장, 몇 곳에서 개봉하나요?” 돌아온 답은 황당 그 자체였다. “IPTV에서 개봉합니다.” 재차 물었다. “그걸 개봉이라 할 수 있나요?” “그게 바로 개봉이죠.” 디지털 시대가 만들어 낸 웃지 못할 풍경이다.

시네필이라면 당혹스러워 할 사건은 지난해에도 있었다. 서울 어느 예술영화전용관이 필름이 아닌 DVD로 고전영화 상영회를 열어 많은 영화팬들이 분통을 터트리게 했다.

영화를 소비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누군가는 극장에서 보건, DVD로 접하건 무슨 상관이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값싸고 편리한 디지털 상영이 빠르게 필름을 대체해 가는 시대인데 상영 방식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필요가 있냐는 반론이 나올 만도 하다. 오래된 영화를 보관, 상영하는 한국영상자료원이 지난달 13~16일 블루레이영화제를 개최했을 정도인데 그리 까다롭게 굴 필요 있냐는 사람도 있을 듯 하다.

하지만 디지털이 언제나 최선이고 항상 환영받는 것일까. 지난달 20일 개봉한 이탈리아 예술영화 ‘아이 엠 러브’는 디지털 때문에 관객들의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디지털 상영으론 감독이 의도한 색감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 엠 러브’는 곧 필름 상영도 병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대만의 세계적 감독 차이밍량(蔡明亮)은 “한국 영화계에 디지털 촬영과 상영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필름은 거의 사라지고 있다는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는 빛과 떨어질 수 없는 존재라 필름의 역할은 중요하다. (한국의) 관객과 제작자는 화면만 있으면 다 영화라 생각하는 듯하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변화의 속도와 경제성에만 집착하면 정작 중요한 가치를 잃을 수 있다. 디지털 상영에 따른 필름의 급격한 퇴장이 그 예다. 한국 관객에게도 필름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필름으로 볼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가 있다.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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