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의 나이는 올해로 만 72세. 대한민국 최장수 건설사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맥킨지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및 일본ㆍ유럽 기업들의 평균수명은 10~15년. 미국 포춘지가 선정하는 글로벌 500대 기업의 평균 수명도 40년 정도다. 대림산업의 72년 역사가 결코 간단치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구나 바람 많이 타고 부침 심하기로 소문난 건설회사 아닌가.
대체 대림산업의 장수비결은 뭘까. 화려하게 튀는 회사도 아니고, 여기저기 사업을 다각화하는 회사도 아닌데, 늘 건설업계 최상위권에 자리잡고 있는 저력은 과연 무엇일까. 이 회사 김종인 부회장은 “진심”이라는 단어 하나로 설명했다.
인터뷰=이성철 경제부장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최신 기술도, 고급 자재도 아닙니다. 고객의 눈높이에서 그리고 소비자 입장을 먼저 생각해야 좋은 집을 지을 수 있습니다. 진심을 담아 건물을 짓는다는 것,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작업이지요.”
김 부회장은 아파트를 지을 때 두 가지 점을 각별히 유념한다고 한다. “눈에 잘 띄는 부분 보다는 잘 안 띄는 곳을 더 꼼꼼하게 지어야 한다” 그리고 “혼자 쓰는 공간(개별공간) 보다는 이웃들과 함께 쓰는 공간(공유공간)에 더 신경을 쏟아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귀가 따가울 정도로 강조한다는 것. 대림산업 특유의 ‘진심경영’을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사실 대림산업의 기업문화는 보수적인 편. ‘고지식하다’는 얘기도 많다. 김 부회장도 그런 평가를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다른 사업영역에도 진출하고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외형은 아마 지금보다 훨씬 커졌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우물만 팠기 때문에, 72년의 긴 역사를 흔들림 없이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이지요. 보수적인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닙니다.”
김 부회장은 이어 “보수적인 것과 변화에 둔감한 것은 전혀 다른 것”이라며 “다른 쪽에 한눈 팔지 않은 대신 건설업에선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거듭해왔고, 그 결과 지금의 정상급 건설사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전 산업계에 불어 닥친 친환경 녹색바람이 단적인 예. 대림산업은 친환경 건설이슈가 본격 대두되기에 앞서, 남들보다 먼저 에너지 제로 주택에 대한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그 결과 친환경 건설기술에 관한 한 업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림산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성장의 키워드를 해외시장에서 찾기로 했다. 우선 올해 플랜트를 넘어 원자력, 환경분야 등으로 사업 다변화를 추구하고, 시장 저변도 사우디와 쿠웨이트 중심의 중동을 넘어 아프리카와 동남아 지역으로 전략적 진출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몇 년째 100조~110조원 규모에 머물러 있는 국내 건설시장만 쳐다보고 있기엔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너무 많고, 또 너무 많이 컸어요. 결국 해외가 답이지만 그렇다고 아무데나 나가서 ‘묻지마 수주’를 하던 구태는 벗어 던져야죠. 우리가 최고 역량을 낼 수 있는 주무기인 고부가가치 토목과 발전사업,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토대로 대림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갈 겁니다.”
정리=전태훤기자 besame@hk.co.kr
● 잊을 수 없는 순간들
김종인 부회장은 올해로 입사 36년. 대림산업 역사(72년)의 꼭 절반이다. 그는 1980년대 사우디아라바이 근무 당시를 건설인생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했다. 그 중에서도 1981~87년까지 현장을 지켰던 사우디 리야드 퍼블릭하우징 사업과 제다의 킹압둘아지즈 대학병원 건설공사를 가장 먼저 꼽았다.
“두 사업 모두 당시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들이었어요. 리야드 주택사업은 4억달러 규모로 주택발주 사업으론 최대였고 또 대림이 사우디에서 따낸 첫 주택사업이죠. 문제는 일반인을 상대로 분양하는 주택은 처음인지라 예상치 못했던 돌발 변수들이 많아 의외로 고전을 했던 기억이에요.
킹압둘아지즈 대학병원 역시 800병실 규모로 당시로는 사우디 최대 규모였어요. 89년에 현장소장으로 와서 92년까지 이 프로젝트를 맡았는데 개인적으로는 해외에서의 마지막 사업이라 더욱 기억에 남네요.”
전태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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