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처음이다.
남자 테니스를 양분해온 라파엘 나달(랭킹1위ㆍ스페인)과 로저 페더러(2위ㆍ스위스)가 결승에 오르지 못한 그랜드슬램 대회는 어떤 모습일까.
마치 무대의 주연배우들은 빠지고 조연들로만 구성된 맥빠진 대회에 그칠 것인가 아니면 나달과 페더러의 양강구도를 종식할 대항마가 자신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선포식으로 삼을 것인가.
30일 노박 조코비치(3위ㆍ세르비아)와 앤디 머레이(5위ㆍ영국)가 맞붙은 2011 호주오픈 테니스 남자단식 결승전은 시작 전부터 호사가들로부터 수많은 화제거리를 쏟아냈다. 23세 동갑내기인 이들은 나달과 페더러에 가려 그랜드슬램 타이틀과는 거의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그만큼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이름을 알렸다. 전형적인 오른손 플레이어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대회 타이틀도 18대 16으로 호각지세를 이루고 있다.
상대전적은 총 7번 겨뤄 조코비치가 4승으로 앞서고 있지만 최근 3년 동안 치른 3차례 대결에선 머레이가 모두 승리를 따냈다.
하지만 머레이가 특유의 '새가슴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우승컵을 조코비치에 헌납하고 말았다. 지난해 이 대회와 2009년 US오픈에서도 결승에 올랐지만 모두 페더러에 막혀 물러났던 머레이는 이날도 승부처에서 제대로 힘도 쓰지 못한 채 꼬리를 내리는 무기력한 플레이로 영국팬들을 실망시켰다. 경기시간은 불과 2시간37분에 그쳤다.
서브에이스는 나란히 6개를 기록했지만 머레이는 더블폴트를 4개를 쏟아낸 반면 조코비치는 단 1개도 없었다. 특히 상대의 서브게임을 따낼 수 있는 브레이크 포인트는 머레이가 4차례(3개 성공)맞이했지만 조코비치는 18차례(7개 성공)맞이 할 정도로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었다.
조코비치가 결국 머레이를 세트스코어 3-0(6-4 6-2 6-3)으로 꺾고 호주오픈 우승컵을 안았다. 조코비치는 이로써 3년 만에 이 대회 챔피언에 오르며 우승 상금은 220만 호주 달러(한화 24억원)도 챙겼다.
한편 전날 열린 여자단식 결승에서는 킴 클리스터스(랭킹 3위∙벨기에)가 중국의 리나(11위)를 상대로 2-1(3-6 6-3 6-3)역전승을 거두고 생애 4번째 그랜드슬램 대회 챔피언에 올랐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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