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적인 것의 속살을 보았다. 머금고 머뭇거리고 사유하고 항변하는 기운들의 합력이 문학이라는 사태를 빚고 있는 현장은 새삼 눈부시다. 서툰 것들을 능히 감당하는 바로 그 문학적 기운을 못이기는 손들이 우리 문장의 새살을 틔우느라 한창인 현장이 투고된 원고들의 곳간이었다.
다만 길을 위해 반드시 정석을 완파해야 할 것은 아니지만 지금 몰두하고 있는 일의 규칙은 다시 한 번 정확히 숙지될 필요가 있다. 길게 가기 위해서다. 문장의 정확한 사용법에 대해서는 원칙이 아니라 기초체력의 차원에서 바로 지금 다시 확인해둘 필요가 있겠다. 또 문학이 바로 감상의 즉흥적 나열은 아니며 지나치게 일찍 학습된 기교는 종종 문학적 단명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 정도를 더 생각해보자.
각각의 분야에서 최우수작으로 꼽힌 작품들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비평과 감상글 분야의 최우수작인 ‘청소년의 권리_우리 삶을 관망하는 당신께 씁니다’라는 데 심사위원들은 쉽고 빠르게 합의를 보았다. 에밀 아자르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기 앞의 생’에 대한 집중적 사유가 돋보이는 글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자신의 결론으로 독자를 이끄는 차분한 계획과 그 국면에서 가속을 부여하는 문장들을 동시에 지닌 글임을 고려하면 올해의 심사작 중에 으뜸으로 꼽힐 만한 글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일보상은 시부문 최우수작품인 ‘지하철’에 주어졌다. 질문과 회의와 번민을 군색한 기교 없이 이만큼 진정성 있게 제시할 수 있는 기량은 이 상에 값한다고 하겠다.
시 부문 우수상 ‘벌’도 질문하고 회의하고 번민하는 부분이 동일하다. 끊임없이 사람을 중심에 놓고 시와 사투를 벌이길 바란다. 이야기글 우수상 ‘테루테루보즈’는 상시적 불안 속에서도 자아를 찾기 위해 분투하는 청소년상을 그렸는데 안정적 문장이 믿음직스러웠다. 생활글 우수상 ‘생일 축하합니다’는 큰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서도 감동을 주는 미덕이 돋보였다. 비평ㆍ감상글 우수상 ‘강의 끝에 다다르기 위하여’는 문제의식에 대해 집중적으로 사유하는 기본기를 잘 보여 준다. 앞으로도 청소년 여러분의 삶에 대한 사유와 문학적 방황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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