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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빠링허우'의 춘절 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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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빠링허우'의 춘절 보내기

입력
2011.01.30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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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을 앞두고 고향 가는 길은 멀지만 가족을 만날 생각에 가슴은 벅차 오른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최대 명절 춘제(春節ㆍ설)를 앞두고 이미 19일부터 40일간에 이르는 춘제 특별운송기간인 춘윈(春運)이 시작돼 하루 평균 1,000만여 명의 귀성객들이 고향을 찾아 떠나고 있다.

귀성이 무서운'콩꾸이주'

그러나 춘제가 달갑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요즘 중국 주요 인터넷 포털에는'콩꾸이주(恐歸族)'이야기가 큰 화제다. 미래 중국경제를 책임질'빠링허우(80後: 1980년대 출생자)'세대 가운데 춘제를 앞두고 귀향 공포증에 시달리는'콩꾸이주'들이 늘고 있다.

왜 그들은 고향 가기가 두려운 것인가. 우선 귀향 열차표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올해 춘윈 기간 교통편을 이용할 연인원은 28억5,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최소한 3일을 역 앞에서 꼬박 세워도 열차표를 구할까 말까다. 대도시의 빠링허우들이 상대적으로 표를 사기 쉬운 고향의 부모님을 대도시로 모셔오는 사례가 느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또 주머니 사정이 곤란한 '낭중수삽(囊中羞涩)'도 귀향을 망설이게 한다. 연일 치솟는 물가와 부동산임대료 등으로 화이트칼라(白領) 빠링허우세대들은 한달 소득을 고스란히 버는 족족 소비해야 하는'월광족(月光族)'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신용카드 사용액을 돌려 막기도 급급한데 고향에 가면 돈 쓸 일이 늘어나 고향 가기가 두려운 것이다.

만혼이 대세인 빠링허우 세대는 고향을 찾을 때 마다 부모로부터 "결혼하라"고 강요 받는 것도 고향 가기가 싫은 이유이다. 빠링허우 중에는 돈을 주고 대리 애인을 구해 고향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을 정도다. 친척과 이웃들 사이에서 성공한 '엄친아'와 비교 대상이 돼 입방아에 오르는 것도 심한 스트레스를 준다. 부모는 엄친아의 성공사례를 들며 출세하라고 자녀들을 닦달한다. 자신이 평범한 회사원이라면 초라해질 수 밖에 없다.

고향 친구들은 물론 친인척들과의 거듭되는 술자리가 두려운 것도 고향 가기를 꺼리는 이유이다. 술자리에서 만난 성공한 친구와 동창생들을 보며 괴리와 자괴감이 드는데다, 마시고 또 마시는 중국 특유의 술 문화는 빠링허우들에겐 큰 부담이다.

마지막으로 명절 후유증에 대한 우려도 고향 찾기를 두렵게 만드는 이유로 꼽힌다. 연해 지방의 주요 산업일꾼인 빠링허우 농민공들은 춘제기간 고향을 찾았다가 많은 수가 후유증으로 산업현장에 복귀하지 않아 업체마다 구인난을 겪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고향 갔다 벌어진 한번의 일탈이 현실을 도피하게 만드는 것이다.

돌아갈 고향 있는 건 가슴 벅차

중국의 사회학자들은 이 같은 현상이 급변하는 중국의 모습 속에서 빠링허우 세대들이 갖는 가치관과 무관치 않다고 지적한다. 과거 고향은 가족에 대한 애틋함과 이웃에 대한 정감을 느끼게 하는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 마음의 안식처였다. 그러나 오늘날 고향에 대한 생각은 빠른 경제성장과'감정의 물질화'추세 속에서 중국 젊은이들에게는 빈부 세대 지역 도농 격차를 보다 절실하게 느끼게 하는 심리적 불안요소이자 감정과 물질의 이중지출을 요구하는 부담감이라고 분석한다. 그래도 전문가들은 고향 가기를 꺼리는 콩꾸이주들에게 고향을 찾을 것을 충고한다. 세월이 바뀌어도 돌아갈 고향이 있다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이기 때문이다.

장학만 베이징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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