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코스피시장에서 나흘만에 다시 순매도로 돌아선 지난 28일. 이날 하루 외국인의 순매도 금액은 1,560억원에 달했다. 잠시 수그러들었던 외국인들의 '바이 코리아(Bye Korea)' 우려도 일각에서 다시 제기됐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외국인들이 변함없는 사랑을 보낸 주식은 하이닉스와 삼성전자. 각각 1,200억원, 313억원어치씩 사들였다.
IT, 외국인을 잡아 끌다
외국인들의 정보기술(IT)주를 향한 러브콜이 뜨겁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외국인들은 조금씩 한국 증시에서 발을 빼는 징후가 감지되는 상황. 하지만, IT주들이 떠나는 외국들의 발길을 다시 잡아 끌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셋째주(17~21일)부터 매주 1,000억원 넘게 사들이고 있고, 하이닉스는 주간 매수 규모가 1,000억원대에서 지난 주(24~28일)엔 2,480억원까지 확대됐다.
이 덕에 정보기술(IT)주의 상승세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 지난 2주간 코스피시장은 제자리걸음을 했으나, 삼성전자(28일 101만원) 하이닉스(28일 2만9,500원)가 8.25%씩 상승하는 등 전기전자업종은 5.8% 오르며 주도주 복귀에 청신호를 울렸다. 같은 기간 자동차주가 포함된 운송장비 업종이 4.2% 하락한 것과도 대비된다.
외국인들의 IT주 사랑의 가장 큰 동력은 기업들의 실적 개선. 대신증권 박중섭 연구원은 "미국 경기 회복과 더불어 글로벌 IT 펀드로 유입되는 자금 규모가 지난 12월초 바닥을 치고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그만큼 IT기업의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고, 국내 IT종목으로도 외국인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IT 활황의 핵은 반도체
특히 외국인들을 유인하는 것은 IT업종 중에서도 반도체 분야다. 지난달 외국인들은 시가총액과 비교해 보유비중이 높은 은행 통신 철강금속 등의 투자비중을 축소했지만, 유일하게 반도체만 예외였다. IBK투자증권 곽현수 연구원은 "전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면서 업황 반등이 예상되는 반도체와 앞으로 시장이 비약적으로 커질 아몰레드패널이 IT 중에서도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글로벌시장의 약 90%를 점유하며 안정적으로 실적을 내는 모바일D램을 중심으로 D램시장 점유율이 작년 4분기 60.5%에 달하고 있는데, 여기에다 1분기에 PC용 D램 가격까지 반등하고 후발업체 감산이 본격화하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거라는 얘기다.
실제 하이닉스는 4분기 실적을 발표(27일)한 직후 증권사들이 잇달아 목표주가를 올렸다. 기존 3만4,000원을 제시했던 한화증권과 신영증권은 각각 4만원과 3만7,000원으로, 미래에셋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은 각각 기존 3만3,000원과 2만9,000원에서 3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28일 사상 최대 실적과 종가 100만원대를 달성한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삼성증권은 115만원에서 125만원으로 목표주가를 올렸다.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에 주목
최근에는 신흥국 인플레이션 이슈와 일본 신용등급 강등 등으로 그 동안 주가 상승을 주도했던 자동차주 등 수출주에 대해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운 상황. 반면 미국 경제 회복세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 경기와 밀접한 움직임을 보이는 IT주는 상대적으로 더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투자증권 이주호 연구원은 "선진국 경기와 밀접한 움직임을 나타내는 IT 기업들이 지난해말 재고 조정을 거친 뒤 이제는 수요 확대에 대비해 출하량을 늘리는 것이 지표로도 확인되고 있다"며 "외국인들도 이런 긍정적 시그널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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