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신용평가사 S&P의 일본 국가신용등급 하향조정에 이어 무디스가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가부채가 위험한 수준인데도 재정운영이 방만하다는 이유에서다. 때마침 국제통화기금(IMF)도 주요 14개국 재정감시 보고서에서 미국과 일본에 신속하고 구체적인 재정적자 감축방안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국제 금융시장이 동시에 세계 최정상권 경제대국에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럴 만도 하다. 2000년대 급증한 일본의 국가부채는 올해 1,000조 엔에 달해 GDP의 2배를 훌쩍 넘길 것이 확실시 된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이나 아일랜드보다 사정이 더 나쁘다. 고령화 등에 따라 세출규모가 날로 증가하지만 세입은 늘지 않는 왜곡된 구조 때문이다. 올해도 세입(41조 엔)보다 더 많은 적자 국채(44조 엔)을 발행할 예정이다. 미국도 올해 재정적자가 2차 대전 이후 최대인 1조4,800억 달러에 이르러 GDP 대비 부채비율이 10%를 넘고 누적 규모는 GDP와 맞먹는다.
지표가 유럽보다 나쁜데도 글로벌 위기나 충격으로 번지지 않는 것은 미ㆍ일 경제의 독특한 지위와 구조 덕분이다. 미국은 달러라는 세계 화폐를 찍어낼 수 있는 기축 통화국이고, 일본은 1,000조 엔을 넘는 민간부문의 순금융 자산으로 국채의 대부분을 국내에서 소화해왔다. 남유럽처럼 재정위기에 따른 대외 채무불이행 위험이 사실상 없다.
그러나 만성적 불균형은 결코 지속될 수 없다. 특히 미일 경제가 잘못되면 충격은 걷잡을 수 없다. 그런데도 양국 정부는 줄곧 정치공학적 고려에서 감세(미국) 연금확대(일본) 등 재정 건전성과 역행하는 정책을 펴왔다. 국제 금융시장이 우려하는 것은 부채규모 자체보다 안이하고 방만한 처방이다. 최근 복지담론과 함께 부각된 재정건전성 문제를 따져 봐야 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많다. 그러나 미ㆍ일 사례의 앞뒤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곧바로 복지 포퓰리즘의 소산으로 매도해서는 얻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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