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경제 이슈 공방-Hot Potato] 전셋값 상한제가 전세난 해법?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경제 이슈 공방-Hot Potato] 전셋값 상한제가 전세난 해법?

입력
2011.01.30 11:49
0 0

'전세 대란'의 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전셋값 상한제를 둘러싼 공방이 뜨겁다.

전셋값 상한제란 임대료가 과도하게 오르는 것을 막고자 적정한 수준의 상한선을 두자는 것. 최근 전세난 속에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전셋값을 대폭 올려 제시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이를 막을 제도적 장치의 하나로 떠올랐다.

도입을 적극 추진하는 쪽은 야권. 민주당 전ㆍ월세대책특별위원회는 지난 24일 회의를 갖고 전셋값 상한제의 세부적인 방안을 논의했다. 민주당은 조만간 적용범위와 제한 인상폭 등을 구체화해 당론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상가도 9% 이상 보증금을 못 올리게 하고 있고, 분양가도 상한제를 두고 있지 않느냐"며 "부당하게 많이 올리는 것을 막자는 조치인 만큼 한시적인 아닌 항구적으로 상한률을 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조경태 의원은 앞서 기존 전세계약을 갱신하는 경우뿐 아니라 새로 계약하는 경우에도 전셋값을 이전보다 5%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민주노동당도 지난주부터 전셋값 상한제 도입을 위한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반면 여당은 반대 입장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전셋값 상한제는 예전부터 나오던 얘기인데 여전히 반대"라며 "상한률을 두면 전ㆍ월세 공급이 안 되고 전셋값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 역시 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간섭이 될 수 있고, 어떤 기준으로 상한률을 정할 지가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한제가 전세난을 해결할 특단의 대책인지, 아니면 시장을 어지럽힐 무리한 주장인지 양측의 논리를 들어본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 적정 수준 상한선 둬라

"일부에서 우려하는 위헌 가능성이나 전·월세금 폭등은 지나친 기우일 수 있으며, 설사 일부 부작용이 예상된 다 하더라도 추운 겨울 고통 받는 서민들의 주거 안정 위해 전·월세 상한제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

전국 평균 전세가가 2009년 4월 이래 9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도 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1월13일 정부가 전ㆍ월세 안정대책을 내놨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오히려 전셋값은 더 오르고 전세 품귀현상은 심해지고 있다. 서울 도심에서 살던 전세 입주자는 서울 외곽으로, 다시 경기도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전세 난민(難民)'이라는 신조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전세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주택임대 방식이다. 전세금이 집값의 반에 해당할 정도로 워낙 크기 때문에 조금만 인상돼도 세입자에게는 대단히 큰 부담이 되고, 이 부담은 헌법 제35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거권을 위협하기도 한다.

따라서 전ㆍ월세 문제는 국민 기본권인 주거권 보호 측면에서 공급자 보다는 주거 약자인 전세 수요자를 우선 배려하는 방향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는 임대주택의 공급, 배분, 이용 등을 전반적인 주거복지 관점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거는 서민ㆍ중산층의 기초 생활수단인 만큼, 전ㆍ월세 문제는 국가가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주택은 공급하는데 최소한 2~3년이 걸리는 상품이기 때문에 현재 장기화되고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전ㆍ월세 위기에 실효성 있게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 점에서 전ㆍ월세 상한제는 전세금의 수준과 인상폭 등을 적절하게 통제하고 조정함으로써 주거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볼 수 있다.

현재 민주당에서 검토하고 있는 전ㆍ월세 상한제는 전세계약을 갱신할 때 인상폭을 기존 전세금 대비 5% 또는 등록금 상한제와 유사하게 물가상승률에 연동하여 제한하고, 1회에 한해 세입자가 계약갱신 청구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1억원에 전세를 살던 사람이 계약을 2년 더 연장하면서 지금처럼 한꺼번에 4,000만원 가량을 더 올려줘야 하는 일은 없게 된다.

일부에서는 전ㆍ월세 상한제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ㆍ월세 상한제는 재산권 행사 자체를 제약하는 게 아니라 재산 운영에서 발생한 이익금의 실현규모를 공공복리 차원에서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헌 소지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3년간 20% 이상 인상할 수 없도록 법으로 명시하고 있는 독일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스웨덴 등 서구유럽에서는 상한제 입법이 보편화되어 있다.

또 상한제가 도입될 경우 기대수익 저하로 공급이 감소하고, 전세가 상승을 부추기며, 편법 등 관리의 부실화가 야기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1989년 임대차 보호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했을 때 집주인들이 전세금 인상분을 미리 올려 받으면서 전셋값이 폭등하기도 했으나, 당시는 정부의 사전 대비가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보호기간 연장, 상한제 도입, 보증금 중 우선 변제액 확대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시행되다 보니 부작용이 더욱 가중되었다.

하지만 현재 민주당에서 검토하고 있는 상한제는 갑자기 불거진 사항이 아니라, 20여년 전 이미 임대차보호법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5% 상한제를 임대차 갱신시에도 적용되도록 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다소 인상의 가능성은 있을 수 있으나 폭등으로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2001년 계약갱신 청구기간을 5년으로 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제정할 당시에도 임대료 급등 우려가 제기되었으나 실태조사 결과, 보증금의 경우 85.2%, 월세의 경우 67.2%가 임대료 변동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결국 일부에서 우려하는 위헌 가능성이나 전ㆍ월세금 폭등은 지나친 기우일 수 있으며, 설사 일부 부작용이 예상된다 하더라도 추운 겨울 고통 받는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서 전ㆍ월세 상한제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가격 규제 부작용 커

"앞으로 임대료를 시장의 가치만큼 받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집주인은 대책 시행 전에 임대료를 한꺼번에 대폭 올려서 새로운 계약을 하려고 할 것이다."

서민 주거안정을 위협하는 전셋값 급등을 해결하기 위해 전셋값 상한제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제도가 세입자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식의 가격 규제는 또 다른 시장 왜곡의 우려만 키울 뿐, 시장 안정에 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격규제의 기본원리는 시장가격보다 낮은 수준으로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효과가 있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집주인이 세를 놓은 주목적은 임대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며 여러 가지 투자대상을 고려한 끝에 임대가 최선이라고 생각한 결과다. 그런데 전세 상한제가 시행된다고 가정해보자. 앞으로 임대료를 시장의 가치만큼 받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집주인은 대책 시행 전에 임대료를 한꺼번에 대폭 올려서 새로운 계약을 하려고 할 것이다. 그것이 본인들이 투자한 금액에 대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과거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면서 발생했던 문제점들과 비슷한 현상인데, 이런 우려가 전세 상한제에서도 예상된다는 얘기다. 임대료가 규제되든, 임대보장기간이 늘어나든 어떤 형태로든지 가격이 통제되는 상황에서는 높은 임대료 상승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전세 상한제로 집주인이 받을 수 있는 임대료가 시장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먼저, 집주인은 세를 준 집 관리를 게을리할 수 있다. 관리를 잘 해서 높은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요인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또 다른 현상은 집을 사서 세를 놓으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생각을 접고 다른 투자대상을 찾게 될 것이다. 즉, 전세공급이 오히려 줄어들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셋집을 오히려 감소시키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전셋값 상한제는 세입자들간 형평성에도 문제가 된다. 기존 세입자들과 신규 세입자간 희비가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미리 세를 살고 있는 세입자의 경우 통제된 임대료만 내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전셋값 상한제 제도의 이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여건이 허락되는 한 처음 살던 집에서 계속 살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새로 집을 얻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셋집 구하기가 점차 어려워질 것이다. 신혼부부나 직장 등으로 이사가 불가피해진 세입자 등 새로 집을 얻어야 할 경우는 많다. 이런 사람들은 오히려 임대료 통제에 대한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집주인들이 기존 세입자들에게 적용해온 전셋값 상한제에 대한 보상을 신규 계약에서 올려 받아 그동안의 상대적인 금전적 손실을 상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주택임차인들의 주택 이전에 저항이 커지면 어떤 사람은 임대료 인상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불필요하게 큰 주택에 살게 되고, 또 어떤 사람은 넓은 집으로 옮겨가야 하나 당장의 전셋값 상한제란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기존에 살던 협소한 주택에 살 수 밖에 없는 주택배분의 비효율성도 발생한다. 세계적 도시경제학자인 글레이저 교수는 임대료 통제가 시행되고 있는 뉴욕의 경우 임대료 통제를 받는 주택의 약 20%는 이러한 주택배분의 비효율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글레이저 교수가 미국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임대료 통제가 주택의 수량과 질적 수준을 감소시킬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93.5%가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이런 결과가 주는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키려면 임대료를 직접 통제하기 보다는 집주인에게 적절한 수익을 보장해 줘서 시장에서 자생적으로 민간임대주택이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 집주인이 임대료 인상분을 낮추거나 장기 임대차계약을 하는 경우 양도소득세를 감면해 주는 등 세제적인 측면에서도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정의철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