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주얼리호 구출 작전 과정에서 총상을 입고 오만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온 석해균(58) 선장이 29일 밤 늦게 국내에 도착해 긴급 수술을 받았다. 의료진은 "수술 후 주요 장기기능은 더 이상 악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고열과 폐렴 가능성이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석 선장은 29일 오후 10시33분 환자이송 전용기(에어 앰뷸런스)로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지난 21일 인도양 해상에서 청해부대의 '아덴만 여명 작전' 도중 총상을 입은 지 8일 만이다.
석 선장을 태운 전용기는 이날 오전 11시37분(한국시간) 오만 살랄라공항을 출발했다. 전용기에는 이국종 아주대 외상센터장, 김지영 간호사, 항공 이송 전문가인 현지 의사 1명 등 3명의 의료진이 동행했다. 의료진은 11시간 가까운 비행 중 석 선장에게 안정제를 투여해 수면상태를 유지시켰다.
선 선장은 대기 중이던 구급차를 이용해 곧바로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으로 이송됐고 병원 의료진은 도착 직후인 오후 11시35분께 병원에서 정밀검진을 벌였다. 이어 석 선장은 30일 0시15분부터 약 3시간에 걸쳐 총상으로 분쇄된 왼쪽 팔과 다리, 괴사한 조직과 고름, 다리에 박힌 총알 2개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유희석 아주대병원장은 "석 선장의 주요 장기기능이 더 이상 악화하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심한 염증의 후유증으로 열이 지속되고 있다"며 "향후 1~2일 새 폐렴 발생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2,3일 정도가 고비가 될 것이며 생명 지장 여부는 아직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했다 우리 해군에게 생포된 소말리아 해적 5명은 30일 입국직후 구속 수감됐다. 우리 사법기관이 국내 선박을 납치한 해적을 상대로 사법처리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김주호 부산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해상강도 살인미수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압둘라 세룸(25)씨 등 소말리아인 해적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판사는 "범죄사실이 소명됐고,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청해부대의 구출작전 당시 사살된 해적 8명과 함께 지난 15일 삼호주얼리호와 선원 21명을 납치해 소말리아 해역으로 끌고 가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 18일 청해부대의 1차 구출작전 때 발포해 우리 군 장병 3명을 부상케 했으며, 지난 21일 2차 구출작전인 아덴만 여명 작전 때는 석해균 선장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한 혐의도 받고 있다.
수사를 맡은 남해해양경찰청 특별수사본부(본부장 김충규 청장)는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석 선장에게 총격을 가한 범인으로 마호메트 아라이라는 이름의 해적이 지목됨에 따라 그를 상대로 범행 동기와 사실관계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영장심사 과정에서 동료 해적이 아라이를 총격의 장본인으로 지목했고, 한국인 선원들도 앞서 군의 현지 조사에서 '아라이가 담요를 뒤집어 쓰고 숨어 있던 석 선장을 찾아내 총을 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해적들에게 해적행위에 쓴 사다리와 스피드보트 사진을 보여주며 '당신이 쓴 것이냐?'고 물었더니 '맞다'고 진술했다"며 "해적들이 부차적인 혐의는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군에 대한 총격 등 주요 범행은 부인하면서 책임을 죽은 해적 등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본부는 한국인 선원 7명의 자필진술서와 청해부대의 구출작전 영상, 최영함의 작전상황일지, 삼호주얼리호 운항일지 등 증거자료를 확보하고 있어 혐의 입증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해적은 이날 오전 4시18분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자 전용기 편으로 부산 김해공항 공군기지를 통해 입국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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