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10시33분께 대통령이나 해외 귀빈 등만 이용하는 경기 성남시 수정구 서울공항 활주로에 소형 제트기 한 대가 착륙했다. 국제 의료지원서비스 기업인 인터내셔널 SOS가 운영하는 중환자 이송 전용기다. 제트기 문이 열리자 석해균(58) 삼호주얼리호 선장이 들것에 실린 채 모습을 드러냈다. ‘아덴만 여명’ 작전 이후 8일 만의 귀환이지만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의료진은 오만 살랄라공항부터 약 11시간의 비행시간을 감안해 석 선장에게 안정제와 수면제를 투여하며 수면을 취하게 했다.
석 선장은 매우 조심스럽게 구급차로 옮겨졌다. 오만에서부터 동행한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특성화센터장과 어둠 속에서 대기 중이던 의료진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구급차는 오후 11시가 다 돼서야 아주대 병원으로 출발했다.
서울공항에서 아주대병원까지 거리는 약 25km로 평소에는 40~50분이 걸리지만 구급차는 경찰의 신호관리를 받으며 20여분만에 병원까지 내달렸다. 오후 11시35분께 아주대병원에 도착한 석 선장은 얼굴을 제외한 전신이 담요로 덮여 있었다. 턱에는 수염이 덥수룩했고, 여러 발의 총상과 치료 지연으로 인한 고통 때문인 듯 얼굴은 극도로 초췌했다. 입에 부착된 인공호흡기를 비롯해 몸 주위에는 복잡한 의료장비들이 엉켜 있었다. 석 선장은 병원 도착 뒤 경찰이 설치한 폴리스라인을 통해 영상의학과로 직행했다. 아주대병원은 이 센터장을 포함한 13개과 20여명에 이르는 의료진을 동원해 석 선장 치료에 돌입했다.
석 선장에 이어 오만에 있던 부인 최진희(58)씨와 차남 현수(30)씨도 30일 오후 아주대병원에 도착했다. 이들은 두바이를 거쳐 이날 오후 12시30분께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최씨는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남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여보, 깨어만 나세요”라고 울먹였다.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가족들이 많이 걱정하고 있지만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라고 전했다.
수원=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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