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 5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30일 오전 8시7분부터 부산지법 301호 법정에서 1시간 반 가량 진행됐다. 사안의 민감성을 반영하듯 법원 건물 주변에는 소총으로 무장한 해경 특공대원 30여명이 삼엄한 경비를 폈고, 해적들의 법정 내 호송도 특공대원들이 맡았다.
선임 영장전담판사인 김주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심문에는 이례적으로 공안검사 2명과 국선 변호인 3명이 참여했다.
법원 관계자에 따르면 해적들은 처음에는 비교적 담담한 표정이었지만 심문이 시작되자 해상강도 살인미수 혐의를 부인하며 이미 사망한 다른 동료들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이 과정에서 한 해적이 함께 법정에 선 동료를 가리키며 "저 사람이 (석해균) 선장에게 총격을 가했다"고 진술했다. 그의 이름은 마호메트 아라이. 그러나 그는 "이미 사살된 동료가 쐈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1명씩 차례로 진행된 심문은 소말리아어를 영어로, 영어를 한국어로 순차통역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쳤다. 법원은 소말리아어 통역인이 2003년 난민비자를 받아 국내에 체류하는 소말리아인이어서 해적들로부터 보복 당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증인으로 출석하는 성범죄 피해자를 위해 사용하는 높은 가림막을 설치했다.
사전구속영장에는 일단 개인별 범죄 사실이 아니라, 5명 전원에게 같은 범죄사실이 기재됐다. 검찰 관계자는 "석 선장에게 총을 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해적들이 인질을 공격하기 위해 총을 소지하고 있었고, 실제 일부 해적이 석 선장을 살해하려 한 만큼 모두에게 포괄적으로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들의 살인미수를 뒷받침하는 자료로 석 선장을 제외한 한국인 선원 7명의 진술서와 청해부대의 구출작전 영상 등을 제시했다.
부산=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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