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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동아시아가 자기소외를 극복하는 길은' 민족주의로 갈라진 동아시아 내면의 '中華의식'을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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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동아시아가 자기소외를 극복하는 길은' 민족주의로 갈라진 동아시아 내면의 '中華의식'을 버려라

입력
2011.01.28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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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태 등 지음

창비 발행ㆍ전 2권ㆍ각 권 18,000원

고속철도가 국경을 우리의 도계(道界) 정도로 넘어 다니는 유럽에 가 보면 무슨 혼까지 들먹이며 국민국가의 단위를 고수하려는 우리네 인식이 민망해진다. 한국인의 머릿속에도 경제와 문화 영역의 국경은 이미 희미한 점선에 불과하다. 하지만 역사 인식의 영역에는 굵은 실선이 그어져 있다. <함께 읽는 동아시아 근현대사> 는 이 좁고 강고한 선을 넘어 훨씬 넓은 역사의 지평을 조망해 보려는 시도다.

동아시아라는 범주는 여러 층위에서 서로 다른 외연을 지닌다. 이 책 속의 동아시아는 17세기 초부터 2010년까지, 벵골만 이동(以東)부터 사할린까지의 시공을 포괄하는 용어다. 각각 한국 일본 중국의 근현대사를 전공한 유용태(서울대 역사교육과) 박진우(숙명여대 일본학과) 박태균(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공동으로 이 테두리가 갖는 의미를 파고들었다. 2005년 11월 첫 집필 회의를 시작해 탈고까지 5년이 걸렸다.

저자들은 "동아시아인이 이웃을 무시하고 깔보는 자기소외의 현상에 빠져 있는 현실"을 집필 배경으로 밝힌다. 동아시아는 세계 어느 지역보다 일찍 국가가 형성됐고 그 지속성이 강하며, 각국이 스스로를 중화(中華)로 여기고 이웃을 이적(夷狄)으로 멸시하는 관념을 내면화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독도, 댜오위다오(釣魚島), 티베트, 동북공정, 북핵 문제 등 지역 내 갈등이 심화하고 있어 이런 자기소외적 관점의 탈피가 시급하다고 역설한다.

이 책은 근대의 내셔널리즘 비판만으로는 자국중심주의를 벗어나기 힘들며, 동아시아 각국이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면서 저마다의 제국 의식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들은 한국사 중국사 일본사를 병렬적으로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의 역사적 사건들이 국가 간에 어떻게 상호작용했는지를 종합적 관점에서 살펴볼 때 그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자국중심주의와 유럽중심주의의 변용인 국사ㆍ세계사의 이분 체제가 아니라 동아시아사가 필요한 까닭이다.

이 책은 지난 400년 동안 동아시아사가 겪어 온 정복 합병 분리 독립의 어지러운 반복을 통사적으로 조망한다. 탈냉전 이후의 급속한 산업화, 중국과 미국의 패권 경쟁 등도 동아시아의 덩어리로 분석한다. 이주노동자 등 이 지역에 보편화한 마이너러티 문제도 동북아시아 6국, 동남아시아 11국의 공통된 과제로 접근한다. 제국주의 시기 약육강식의 정글에서 태동했던 평화 사상의 흔적을 탐색, 21세기 반전과 평화의 동아시아적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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