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체제의 이데올로기 대립이 고조되던 1960년 을 발표하며 이념이 주도하는 시대의 종말을 예고했던, 미국의 저명한 사회학자 다니엘 벨(사진)이 25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 자택에서 타계했다. 향년 91세.
벨은 냉전체제 혁명적 정치의 종식과 후기 산업사회(Post-industrial society)의 도래를 예고하는 기념비적 저술 등으로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에서 가장 손꼽히는 사회학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뉴욕타임스는 그를 '전후(戰後) 미국의 위대한 지성'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1919년 뉴욕 맨해튼에서 동유럽 유대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벨은 뉴욕시립대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콜롬비아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고교와 대학시절 급진좌파운동에 참여하고 마르크스주의를 탐독하기도 했지만 이후 미래사회에 대한 학문적 관심을 넓히며 실용적 관점을 견지해왔다. 그는 와 에서 저널리스트로 활약했고 시카고대, 콜롬비아대, 하버드대 등에서 30여 년간 사회학을 가르쳤다.
에서 벨은 소련의 국가사회주의를 지배하고 있던 교조적인 마르크스주의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서구사회의 경제적 풍요와 복지의 확대, 과학의 보급과 합리적 사고의 확산으로 공산주의를 포함한 모든 이데올로기가 강제력은 물론. 설득력조차 상실하기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벨은 대신 기술혁명에 따른 정보와 지식이 이데올로기의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1973년 를 통해 미래사회를 기존 산업사회와는 질적으로 다른 후기 산업사회로 규정하고, 지식과 정보가 자본과 노동을 대신해 사회의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1994년 국내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그와 대담을 했던 김경동 서울대 명예교수는 "그는 이념에서 과학기술로 끊임없이 학문적 화두를 달리하며 방대한 지적 자산을 쌓아왔다"며 "학문을 넘나들며 폭넓게 사고 할 수 있는 멀티형 학자를 앞으로도 만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는 모든 학문의 뼈대를 이루는 철학이 부재하면 새로운 문명을 이루기도, 지속하기도 힘들다고 생각했다"며 "한국 등 동아시아국가들에 대해서도 21세기 문명의 중심지로 도약하려면 경제적 힘을 기르는 것과 동시에 기초학문의 이론적 바탕을 다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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