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문제를 둘러싸고 청와대 참모진과 한나라당 친이계 사이에 온도 차이가 확실히 감지되고 있다. 청와대 참모진은 "당의 개헌 논의를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개헌 추진을 하더라도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재오 특임장관 등 친이계 주류들은 적극적으로 개헌 드라이브를 걸자는 입장이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3일 당청회동에서 "당이 중심이 돼 권력구조와 기본권 문제를 포함해 개헌 문제를 제대로 논의하라"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을 어떻게 해석할지를 놓고도 시각 차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은 '원칙'을 고수하면서 이 대통령의 발언을 확대 해석하려는 친이계를 못마땅한 눈길로 보고 있고, 친이계는 적극 움직이지 않으려는 참모들이 개헌 논의의 발목을 잡는 게 아닌가 하고 의심하는 눈치이다.
일부 언론이 '이 대통령이 23일 당청 회동에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업무의 교통정리 필요성을 개헌 논의 이유로 꼽았다'고 전하자 청와대는 "25일 대통령과 총리의 주례회동 과정에서 김황식 총리가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하며 곤혹스러워했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대통령의 뜻은 국운융성 차원의 개헌 논의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줄세우기 등으로 정략적이라는 오해를 받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개헌 추진 세력 결집에 나선 친이계의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반면 친이계는 "최근 이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5개월 개헌 필요성을 역설한 이재오 장관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라며 "청와대 일부 참모들이 대통령의 뜻을 자의로 왜곡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또 개헌 논의에서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이 대통령의 태도도 온도 차이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 대통령은 국운융성을 위한 개헌 논의를 정치권에 주문하면서도 '개헌 논의'와 '개헌 실현'을 분리시키고 개헌 논의의 지향점도 명쾌히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이 대통령의 의중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 친이계 주류는 연일 '개헌 토론회'를 여는 등 개헌 공론화 확산에 주력했다. 친이계 이군현 의원이 27일 주최한 토론회에는 대표적 개헌론자인 이재오 장관과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등 친이계 의원 20여명이 참석했다.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 "선거가 끝나고 통합되려면 대통령 4년중임제도 좋다고 본다"며 "대통령 4년중임제,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분권형 대통령제 등이 모두 가능하다고 보고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친박계 등 당 일부에서 이 장관의 개헌론에 대해 "정략적 발상이 깔려 있다"고 비판하는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장관은 "오늘 내 진심을 말하고자 한다"며 "국회의원 3분의 2이상이 동의해야 하는데 정략이라고 하면 공부를 덜 했거나 다른 나라에서 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략이 되려면 현 대통령의 권한 강화와 임기 연장이 돼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이는 원칙적으로 안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군인의 국가배상권 제한 개정, 국민 4대 의무에 '청렴 의무' 추가 등을 개헌 추진 당위성의 근거로 들었다.
안 대표도 "18대 국회에서 개헌 논의하는 것은 대 국민 약속"이라며 "지금도 늦지 않았으므로 여야 정당 대표들이 머리를 맞대 논의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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