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 가야 한다며 명절 제사를 거부한 며느리가 남편에게 이혼ㆍ양육권 소송을 당해 패소한 사건이 22일 언론에 보도됐다. 교회 목사 딸로 불교 집안 남자와 결혼한 이 여성은 일요일과 겹쳤던 2007년 설날, 제사 지내러 큰집에 가자는 시부모의 말을 안 듣고 친정으로 가 버렸고, 그 뒤 결혼 생활은 파탄이 났다고 한다. 언론 보도는 대부분 ‘제사 거부는 이혼 사유가 된다’고 제목을 뽑았다. 여론도 “교회에 미쳐서…”“이혼당해 싸다”는 비난이 많았다. 하지만 이 여성이 패소 후 인터넷에 올린 글을 보면 꼭 제사 때문만은 아니고 평소 시부모 남편과 불화를 겪다가 파국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어쨌거나 부부가 갈라선 데는 종교 문제가 불씨가 됐다.
이 여성처럼 개신교 신자들은 제사 문제로 집안에서 갈등을 겪는 예가 꽤 많다. 기독교가 한국 전래 초기에 사회적으로 가장 비판을 받은 것 중 하나도 제사 거부였다. 가톨릭은 이 때문에 많은 박해를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제사를 민족 고유의 풍습으로 존중해 자유롭게 지내도록 하고 있다. 이는 교황 비오13세 때인 1939년 가톨릭이 조상 제사를 허용한 데 따른 것이다. 권장하는 양식이 있긴 하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2003년 마련한 천주교식 조상 제사에 따르면 제사상에 영정과 위패를 모시고, 성호를 긋고, 절도 한다. 성당에서는 설이나 추석 명절이면 합동 차례에 해당되는 위령 미사를 올린다.
개신교는 지금도 대부분 제사를 거부한다. “제사상 차리고 절하는 것은 우상 숭배”라는 것이다. 너무 편협하고 완고한 맹신이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개신교는 절하는 건 안 되지만, 명절이나 기일에 가족이 모여 고인을 추모하는 것은 괜찮다고 설명한다. 개신교는 전통적 제사 대신 가족 예배 형식의 추도 의식을 권장하고 있다. 영정 사진을 놓고 가족끼리 기도하고 대화하는 형태다.
한국 불교는 1500년 이상 민족 전통과 잘 습합된 덕분에 제사 문제에 따른 갈등은 없다. 제사를 지내되, 살생을 금하는 불교의 가르침에 따라 고기나 생선은 빼고 술 대신 차를 올리자는 운동을 하고 있다. 명절 차례나 기제사의 제삿상은 향 초 꽃 차 과실 밥의 육법공양물을 갖춰 간소하게 차리도록 권장하고 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