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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매출 1조원 돌파한 제조업체 휴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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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매출 1조원 돌파한 제조업체 휴맥스

입력
2011.01.2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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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셋톱박스를 생산하는 1세대 벤처기업 휴맥스의 매출이 지난해 마침내 1조원을 넘었다. 회사와 임직원들이 만든 성과이면서 우리나라 산업생태계 획을 긋는 기록이다. 1970년 이후 신생 업체 중 매출이 1조원을 돌파한 곳은 웅진 NHN 이랜드 등 4~5곳에 불과한 데다, 순수 제조업체로는 휴맥스가 처음이다. 특히 휴맥스의 개가는 중소ㆍ중견기업에 유달리 척박한 우리나라의 기업환경과 토양을 극복한 결과여서 정책적 시사점이 많다.

휴 맥스의 역사는 결코 쉽게 쓰여지지 않았다. 공대 박사과정에 다니던 변대규 사장이 친구 6명과 함께 창립한 게 1989년이었지만 2001년 매출 1,000억원을 넘고 다시 1조원을 넘기까지 21년이 걸렸다. 한 우물을 파는 동안 수없는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었다. 그러나 변 사장은 실패를 인정하고 바로잡는 '정직한 실패'신념, 사람을 중시하는 조직문화로 어려움을 이겨냈다. 자체 상표로 처음부터 해외시장에 눈 돌리고 틈새시장을 중시하는 전략도 주효했다. 매출의 98%를 수출에서 얻는 글로벌 기업이 된 배경이다.

이런 실적보다 더욱 눈길이 가는 것은 "한국 경제는 늙었다"고 일갈한 변 사장의 역설적 소회다. "큰 기업도 망하고 작은 기업도 크게 성장할 수 있어야 젊은 경제인데 한국에선 작은 기업은 늘 작고 큰 기업은 늘 큰 기업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그는 3년 전 한 모임에서 "지식과 경험의 독점구조, 선단식 경영, 인력과 자본의 편중 등 기존 대기업의 폐쇄성과 비합리적 거래관행이 계속되는 한 중견기업은 절대 클 수 없다"고 말해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휴맥스의 거래선이 해외였기에 이만큼 성장하는 것이 가능했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변 사장의 얘기는 엊그제 청와대 중소기업 간담회에서 "대한민국 중소기업 좋은데, 참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라는 한 참석자의 익살과 잘 통한다. 안철수 씨도 벤처가 클 수 없는 기업토양을 누차 개탄한 바 있다. 정부는 제 2, 제3의 휴맥스가 탄생하려면 뭐가 필요한지, 상생의 핵심은 무엇인지 잘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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