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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한화 수사 남기춘 서부지검장 사표/ '재계 칼잡이' 옷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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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한화 수사 남기춘 서부지검장 사표/ '재계 칼잡이' 옷벗다

입력
2011.01.27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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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태광 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를 지휘해온 남기춘 서울서부지검장이 28일 돌연 법무부에 사표를 제출했다.

남 지검장은 이날 검찰 고검장급 고위간부 인사가 발표되기 앞서 법무부와 청와대의 사전협의 과정에서 일선 지검장 중 유일하게 자신만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자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의사를 오전 11시쯤 검찰 내부통신망을 통해 밝히면서 법정 스님의 저서 <아름다운 마무리> 를 고별사의 제목으로 달았다.

법무부가 이날 발표한 검찰 최종 인사안에는 고검장급 간부 6명의 순환 배치만 포함됐다. 하지만 남 지검장은 자신이 문책 인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상황을 불명예로 여겨 퇴진을 결심했을 것이라는 게 검찰 내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법무부와 청와대가 당초 문책 인사를 검토한 것은 남 지검장이 지휘한 한화, 태광 그룹 수사가 구속수사에 대한 집착과 이른바 '먼지털이식 수사'로 기업 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제기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검찰이 청구한 한화그룹 핵심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잇달아 기각하면서 '부실ㆍ별건 수사' 논란을 강하게 반박해온 남 지검장의 입지가 좁아진 것도 사퇴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남 지검장의 사의 표명에 검찰 내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당장 대기업 총수들이 연루된 2건의 비리 수사가 표류할 위기에 처해 있다. 이호진 회장을 구속한 태광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는 비자금 3,000억원의 행방은 오리무중인 채로 종결될 가능성이 크다. 무더기 영장 기각으로 검찰이 가뜩이나 고전하던 한화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는 김승연 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그룹 임원들을 일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 간 두산, 현대차, 삼성 등 유수의 대기업에 맞서 비자금을 파헤치며 승승장구했던 검찰이 체면을 구기는 모양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검찰의 사정 칼날이 무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감지된다. 일선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외부와 타협하지 않는 정면 돌파 스타일의 남 지검장이 '실패한 수사'라는 불명예를 안고 퇴진한 것은 일선 검사들의 사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 일각에서 남 지검장의 사퇴 원인 중 하나로 '수사 외압'을 꼽는 비판적 시각을 숨기지 않는 데에는, 현 검찰 수뇌부가 사정 수사의 상징이었던 그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불만도 깔려 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조차 한화, 태광 그룹 수사를 '무리한 수사는 좌초할 수도 있다'는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향후 새로운 수사 방식에 대한 검찰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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