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에서 독재자를 축출한 민주화 물결이 이집트 외에도 인근 아프리카, 중동국가로 확산되고 있다. 독재 국가들의 장기 집권자들은 민중봉기의 불길이 그들을 덮칠까 가슴을 졸이고 있다.
27일 예멘 수도 사나 도심을 수만 명의 시위대가 가득 메워 한 목소리로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30년 집권이면 충분하다, 퇴진하라"라는 구호를 외쳤다고 BBC가 전했다. 32년째 집권 중인 살레 대통령은 장기집권을 반대하는 시위가 잇따르자 23일 TV연설을 통해 2013년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으나 시위 규모는 커지고 있다. 살레 대통령은 아버지 아메드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으로부터 권력을 넘겨받았으며 아들에게 3대 권력이양 작업을 벌여왔다.
튀니지와 국경을 맞댄 알제리의 상황은 더 격렬하다.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해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알제리 정부는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밀과 다른 곡물 수입을 확대했다. AFP통신은 식량가격 상승과 높은 실업률 등에 따른 국민 불만이 튀니지처럼 혁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조치라고 분석했다. 알제리 역시 압델 아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12년간 통치중이다.
압둘라 2세 국왕이 1999년부터 통치중인 요르단에서 유력 이슬람 단체인 '무슬림 형제단'이 이번 주말 정치ㆍ경제 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열 계획이라고 AP통신이 전했다. 요르단 암만에서는 최근 튀니지 혁명에 자극 받은 수천 명의 시위대가 권위주의 통치 종식을 요구하며 거리행진을 벌였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일부 독재자들은 선심성 조치를 남발하고 있다.
아들에게 권력 이양 중인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식료품에 부과되는 관세와 각종 세금을 삭감했고, 2대째 권력세습중인 시리아 정부도 빈곤층 42만가구에 대해 2억5,000만달러 규모의 지원 계획을 발표하는 등 국민불만을 해소중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집트 시위의 목적은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30년 독재 종결과 함께 권력의 부자세습을 불허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며 "튀니지발 혁명으로 촉발된 개혁의 불길이 가장 위협하는 것이 권력 독재"라고 지적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