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분과 직업윤리를 팔아먹은 경찰관들의 행태가 극에 달했다. 시정잡배도 감히 하지 못하는 극악범죄가 경찰관들의 손에 의해 잇따라 자행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은 더하다.
경찰이 관할하는 전의경부대는 인권유린의 장이 되다시피 했고, 심지어 경찰서 주차장에서 순찰차를 도둑맞기까지 해 국민들은 "요즘 경찰 도대체 왜 이러느냐"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함바집 브로커의 운영권 수주를 둘러싸고 전현직 수뇌부는 물론 현 경찰 고위직 여러 명이 해결사 노릇과 함께 뇌물을 받은 의혹으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마당이어서 아래 위 할 것 없이 혼탁하고 흐트러진 경찰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전 둔산경찰서는 28일 어머니(68)를 살해하고 강도사건으로 위장한 대전경찰청 이모(40) 경정을 존속살해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21일 오후 11시27분께 대전 서구 어머니 집에서 발 등으로 어머니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다. 이씨는 범행 후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집에 가보니 어머니가 녹색 테이프로 손발이 묶인 채 안방에 있었다"며 "어머니가 '괜찮다'고 하고 도둑맞은 물건도 없어 경찰에 신고하지 않아 함께 잠을 잤다"고 태연히 진술했다.
하지만 이씨 모친의 사망 추정시간이 같이 잠을 자던 오전 4시께이고, 갈비뼈 6대가 부러지는 중상에도 괜찮다는 말을 했다는 점 등을 수상히 여긴 경찰의 추궁에 덜미가 잡혔다. 특히 이씨는 폐쇄회로TV에 얼굴이 찍히지 않기 위해 범행 전날 헬멧을 구입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경찰 중간간부는 단속대상인 불법 성인오락실을 운영하고 보복살인까지 저질러 검찰에 구속되는 일도 있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1부(부장 양재식)는 서울 영등포경찰서 경위로 재직하던 2008년 성인오락실을 같이 운영했던 동업자 A(51)씨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는 이유로 불을 질러 살해한 혐의로 배모(47)씨를 이날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배씨는 11일 오전 5시40분께 서울 양천구 신정동 A씨 집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질러 A씨를 숨지게 한 혐의(특가법상 보복범죄 살인 등)를 받고 있다. 배씨는 A씨가 최근 검찰에서 그간의 진술을 뒤집고 '배씨가 실제로 성인오락실을 운영했다'고 진술하자 앙심을 품고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배씨는 오락실 업주를 자처해 형을 살고 출소한 A씨가 수시로 돈을 요구하자 지난달 21일 A씨를 둔기로 머리를 마구 때리는 등 평소에도 폭행을 일삼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배씨는 불법 성인오락실을 운영한 사실이 알려질 것을 우려해 경찰 조사가 시작되기 전인 2009년 3월 사표를 냈다.
장동엽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간사는 "부적격 경찰관을 퇴출시키고 경찰관 범죄 발생시 엄정 수사하기 위한 경찰 내부의 감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며 "검찰 같은 수사기관과 상호 감시할 수 있는 외부감시시스템이 같이 작용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전=허택회기자 thheo@hk.co.kr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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