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이집트에서 28일에도 수도 카이로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시민 수만명이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전날 귀국해 이날 시위에 앞장 선 이집트 민주화 운동의 구심점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60)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즉시 가택 연금됐다.
이날 이집트 보안당국은 무장 경찰은 물론 군대까지 시내 주요 지역에 배치해 시위대에 최루탄과 물대포, 고무총탄을 발사하며 강제 해산에 나섰으나 시위대의 저항도 거세 부상자가 속출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 참가자 1명이 추가로 목숨을 잃어 나흘째 접어든 반정부 시위에서 사망자 수는 8명으로 늘어났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이날 카이로와 수에즈 등 주요 도시에 오후 6시~오전7시까지 야간통행금지령을 내렸다.
이날 수도 카이로 시위에는 무바라크 정권의 최대 정적인 엘바라데이 전 사무총장이 참여했으며, 최대 야당 무슬림 형제단도 가세했다. 범 아랍권 방송 알 아라비아TV는 수백 명의 시위대가 대통령궁 인근인 카이로 시내 헬리오폴리스 지역에 밀려들어 경찰과 대치했다고 보도했다.
이집트 당국은 시위 직전 야권 인사 20명을 체포하고, 인터넷과 휴대전화 접속을 막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으나, 튀니지 재스민혁명으로 촉발된 반독재 반정부 시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시위는 카이로 외에도 수에즈와 만수르를 비롯해 알렉산드리아, 아스완, 민야 등 전국 곳곳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지금까지 사망자 8명을 비롯해 100여명이 부상당하고 1,200여명에 달하는 시위대가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하야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무바라크 정부와의 대결은 이번 주말에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반독재 반정부시위는 이집트 외에도 가봉 등 아프리카 주변국은 물론 홍해 건너 예멘과 요르단 등 중동에까지 확산, 격화되면서 이번 주말 최대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예멘 수도 사나에서는 야당인 사회당 소속 의원들과 시민 수천명이 전날에 이어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30년 집권을 비난하며 거리로 나섰다.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도 시위대 3,500여명이 사미르 리파이 총리의 하야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반정부 시위 확산 조짐은 가장 강력한 군주제 국가로 시위가 거의 없었던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포착되고 있다. 27일 한 소셜네트워크 메신저를 통해 확산되고 있는 메시지는 29일 제다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일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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