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에 연봉조정신청(Arbitration) 제도가 필요하긴 한 걸까.
연봉조정신청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시작된 제도다. 1972년에 제정됐고, 1974년부터 시행됐다. 연봉조정신청은 구단과 선수가 합의에 이르지 못했을 때 제3자인 조정위원회가 중재에 나서는 제도다. 조정위원회는 절충점을 찾는 게 아니라 선수와 구단 중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
1982년 출범한 한국프로야구에도 연봉조정신청 제도는 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3년차 이상 선수들에게 적용되며, 조정위원회는 양자 중 한 쪽의 주장만 택해야 한다.
미국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는 조정위원회 인적 구성이다. 미국은 선수, 구단, 선수노조가 모두 동의한 변호사 3명이 위원으로 임명된다. 반면 한국은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위원회를 구성한다.
20일 열린 '이대호 연봉 조정위원회'에 참석한 인사는 이상일 KBO 사무총장, 최원현 KBO 고문 변호사, 김소식 전 일구회 회장, 박노준 우석대 교수, 김종 야구발전위원장 5명이다. 지난해 롯데 이정훈(현 넥센) 때와 같은 인적 구성이다.
위원들은 4시간20분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구단의 손을 들어줬다. "사상 첫 타격 7관왕 등 이대호 기록의 가치는 인정하지만 롯데 구단의 연봉고과 그리고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했을 때 구단이 제시한 6억3,000만원이 적정하다"는 게 위원들의 설명이다.
이대호를 포함해 연봉조정신청을 한 선수는 총 92명. 이 중 20명만이 조정위원회까지 갔고 2002년 LG 유지현을 제외한 19명이 패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5,000여건의 연봉조정신청이 접수됐고, 이 가운데 10%인 495건이 청문회까지 갔다. 이 중 선수가 승리한 경우는 210건(42.4%)에 이른다.
조정위원회가 롯데의 편에 선 배경을 두고 말들이 많다. 제9구단 창단 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KBO가 롯데와 극한 대립을 피하기 위해 롯데의 손을 들어줬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KBO는 "우리는 공정했다"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인적 구성의 한계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KBO이기에 그 목소리에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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