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마저 스러져 스산한 겨울 산. 하지만 요즘처럼 눈 꽃이 만발한 겨울 산은 또 다른 아름다움과 신비감을 준다. 겨울 산행은 이런 순백의 미를 체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춥다고 아랫목만 꿰 차고 있을 게 아니라 겨울 산의 설경을 만끽해 보는 것은 어떨까. 경기도는 26일 눈꽃이 아름다운 겨울 산 네 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빼어난 산수를 자랑하는 국망봉
경기 포천군 이동면에 위치한 국망봉은 후삼국 태봉의 국왕 궁예가 나라를 잃은 뒤 이곳에 올라 불타는 도읍지(지금의 철원)를 바라봤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높이(1,168m)에 비해 산세가 평이해 초보자들도 쉽게 오를 수 있다.
가장 큰 계곡인 광산골에는 장암저수지가 있는데 주변 산책로를 걸으며 맛보는 석양의 눈부신 자태는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맑은 계곡물과 천연림이 울창한 곳에 친환경적인 시설을 갖춘 국망봉 휴양림에서는 산림욕도 즐길 수 있다. 겨울이면 많은 눈이 내려 산과 통나무집이 눈과 어울려 절경을 빚어낸다. 하산 길에는 이 산에서 흘러내린 깨끗한 물로 빚은 이동막걸리로 목을 축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사통팔달, 둘러보기 좋은 천마산
경기 남양주시에 위치한 천마산(812m)은 서울 근교에서는 비교적 높은 산이다. 산세가 험해 옛날 임꺽정이 본거지를 두고 마치고개를 주 무대로 활동했다고 전해진다. 고려 말 사냥을 나온 이성계가 "이 산은 매우 높아 손이 석 자만 더 길었으면 가히 하늘을 만질 수 있겠다"고 말한 데서 '하늘을 만질 수 있는 산'(천마산ㆍ天摩山)이란 이름을 갖게 됐다. 정상에 오르면 북쪽으로 과라리고개 너머 철마산과 주금산, 수동천 건너 축령산 등이 보인다. 남쪽으로는 천마산 스키장과 마치고개 너머로 백봉이 보인다. 과라리 고개에 가곡리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보광사가 나오는데 이곳의 넓은 빈터는 지친 다리를 쉬어 가기에 좋다.
▦경기 최북단 고대산
가을 단풍이 곱기로 유명하지만 겨울 설경으로 더 이름난 산이다. 경기 연천군과 강원 철원군에 걸쳐 있는데, 북쪽으로는 휴전선에 막혀 더 이상 가지 못하는 경기 최북단 산이다. 맑은 날 정상에 오르면 북녘 산하는 물론이고, 남측 최전방 지역인 백마고지, 노동당사, 철원 전망대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무엇보다도 역에서 산행 시작지점까지 도보로 불과 10여분 거리여서 철도 산행의 명소로 각광 받고 있다.
▦기암괴석을 자랑하는 운악산
경기 가평군과 포천군에 걸쳐져 있는 운악산(936m)은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뤄 '경기의 금강'으로 일컬어진다. 주봉인 만경대를 중심으로 웅장한 암봉들이 구름을 뚫을 듯 하늘로 솟았다고 하여 '운악산'이 됐다. 만경대 위쪽으로 궁예왕의 성터가 있는데, 이 곳을 지나는 등산코스가 유명하다. 여름철에는 길이와 폭이 웅장하고 수량이 풍부한 운악산 폭포가 유명한데 겨울에는 이 물줄기가 빙벽으로 바뀌어 빙벽등반 애호가들이 많이 찾는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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