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돌아온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의 당선 일성은"투쟁"이었다."투쟁의 역사가 노조의 역사이며 투쟁을 포기하는 노조는 노조가 아니다"라고 하면서, 노동법 전면 재개정과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즉각 파기를 선언했다. 한마디로 한국노총을 강성집단으로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그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모르는 바는 아니다. 당선을 위해서는 타임오프제와 7월부터 시행될 복수노조에 대한 불만,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에 따른 한국노총의 위상 추락에 대한 조합원들의 우려를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회개혁 주도세력으로 거듭나겠다며 민노총과 공조 가능성까지 내비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방향 전환은 시대 역행적일 뿐만 아니라, 현실적이고 합리적 노동운동가로 알려진 그의 성향에도 맞지 않는다. 우리 노동운동도 대화와 협력을 중시하는 쪽으로 탈바꿈한 지 오래다. 이제는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무시하고 자기 이익에만 집착하는 강경투쟁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최근 몇몇 사례가 보여주듯 국민은 물론 조합원들조차 그런 노조에는 냉담하다.
노동법 재개정 추진이나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파기는 한국노총의 선택에 달린 일이다. 문제가 있으면 고치고 보완해야 한다. 배신감을 느꼈다면 3년 전 자신이 체결한 협약이라도 깰 수 있다. 그렇다고 노조 선진화의 시계를, 그것도 낡은 투쟁방식을 다시 동원해 강제로 되돌리려는 발상은 옳지 않다.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는 용기 있고 아름다운 선택도 마다 않던 '이용득'답지도 않다. 이미 정착단계에 접어든 타임오프제, 시행이 확정된 복수노조를 지금 가로막아 어쩌겠다는 것인가. 둘 다 한국노총이 합의한 제도이다.
그의 무모한'투쟁' 선언이 당선을 위한 과장이기를 바란다. 혹시라도 위원장 자신과 한국노총의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이라면 더욱 삼가야 할 일이다. 득보다 실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사에 남을 '3년 만의 귀환'을 더욱 값지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이 위원장은 무모한 투쟁이 아닌 노사정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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