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26일 광주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호남 민심에 러브콜을 보냈다. 그는 엄숙한 표정으로 "어떤 상황이 와도 호남 지역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옆에서 취재한 기자들 중 일부는 "이번엔 믿어도 될까"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김 원내대표가 최근 기자들 앞에서 두 번이나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김 원내대표는 23일 밤에 있었던 비공개 당청 회동을 놓고 24일 새벽까지 "절대로 회동한 적 없다"고 발뺌했다. 그러나 그는 24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어쩔 수 없었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그는 이 자리에서도 "당청 회동에서 개헌 논의는 없었다"며 두 번째 거짓말을 했다. 그는 "저의 아버지로부터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교육 받았다"는 말까지 했다.
정치인이 이런 식으로 연달아 거짓말을 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김 원내대표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나도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다"면서 "모든 비판을 달게 받겠다"고 했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는 속으로는 상당히 억울해 하고 있다고 한다. 당청 회동에 참석했던 일부 인사들이 "회동 사실도, 회동에서 오간 발언도 절대 발설하지 말자"고 했던 약속을 깬 잘못이 더 크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하지만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는 변명이 거짓말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거짓말과 '뻥 정치'를 일삼는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이석현 의원은 사퇴하라" 얼마 전 이석현 의원이 근거 없이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아들의 서울대 로스쿨 입학 의혹을 제기했을 때 한나라당이 낸 논평이다. 김 원내대표의 '거짓말'에 대해선 한나라당이 무슨 변명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최문선 정치부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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