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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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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그림

입력
2011.01.2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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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이 책을 선물 받았다. 독특한 책이다. 유명 화가가 그린 그림들을 여러 형태로 변형해놓았다. 책장 사이에 종이를 끼워 아이가 직접 넣었다 뺐다 하며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표정을 다양하게 바꿔볼 수 있게 하거나 그림의 주요 색깔을 찾아낼 수 있게 만들었다. 책 모서리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그림 속에 있는 악기 소리가 나고, 그림 속 옷이나 풀 같은 부분을 오려내 실제 그 질감을 느낄 수 있는 천을 덧대놓기도 했다. 포장을 뜯자마자 달려든 아이는 요즘 자기 전 매일같이 이 책을 보자며 조른다.

지난해 휴일에 아이를 데리고 미술관에 간 적이 있다. 훌륭한 미술작품을 보여주면 아이 정서발달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너무 추상적이거나 너무 어두운 현대미술 작품들을 본 아이는 오히려 무섭다며 내게서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우리 아이는 미술엔 별 관심이 없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 선물 받은 책에 재미를 붙인 걸 보면 그때 내가 아이와 미술의 첫 만남을 잘못 주선했구나 싶다. 뜻밖의 선물에 고마워졌다.

미술이 정서에만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 의학자나 수학자, 물리학자, 화학자들은 명화 속에서 과학을 찾곤 한다. 예를 들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유명한 그림 ‘모나리자’의 묘한 미소는 오래 전부터 과학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왔다. 모나리자의 입을 가리고 눈만 보면 웃는 얼굴이 아니다. 눈이 아니라 입이 웃고 있기 때문이다. 눈과 입의 웃음을 만드는 근육은 따로 있다.

해부학적으로 볼 때 모나리자의 묘한 웃음을 만드는 또 다른 요소는 ‘볼굴대’의 위치다. 볼굴대는 입을 웃게 하는 근육과 입 주변 근육이 모인 부위. 김희진 연세대 치대 교수는 “볼굴대 위치가 사람마다 달라 웃는 인상이 달라진다”며 “서양인은 입보다 위에, 동양인은 아래에 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모나리자는 서양인을 그렸을 텐데 볼굴대가 입 아래쪽에 있다는 것이다.

선물 받은 아이 책 속의 모나리자는 책장 사이 종이를 잡아당기면 눈과 입이 같이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바뀐다. 그 표정을 보고 아이도 덩달아 깔깔 웃는다. 김 교수는 “기뻐서 웃을 때와 억지로 웃을 때 쓰이는 근육은 다르다”고 말했다. 책을 보며 아이가 진심어린 웃음과 의도적인 웃음을 분별할 줄 아는 지혜도 함께 배우면 좋겠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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