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연장 전ㆍ후반 120분간(2-2)의 사투 뒤 이어진 승부차기(0-3) 끝에 일본의 승리로 마무리된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 한일전이 뜨거운 논란에 휩싸였다. 상대를 비하하거나 오심 등이 겹쳐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전반 23분 박지성(30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얻은 페널티킥을 차넣은 기성용(22ㆍ셀틱)의 '원숭이 골세리머니'가 도마에 올랐다. 중계 카메라를 향해 인중을 앞으로 내밀고 손으로 뺨을 긁은 기성용의 행동이 일본인을 비하할 때 흔히 사용되는 원숭이를 흉내를 낸 게 아니냐는 것이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고만 밝혔던 기성용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선수이기 전에 대한민국 국민이다. 정말 고맙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선수들 내 가슴 속에 영웅들입니다. 관중석에 있는 욱일승천기를 보는 내 가슴은 눈물만 났다"라는 글을 남겼다.
욱일승천기는 일본의 제국주의와 극우주의를 떠올리게 하는 상징. 그러나 한일 양국의 역사적인 앙금관계를 고려하더라도, 기성용의 돌발행동은 경솔한 게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많다.
축구에서는 인종차별을 연상케 하는 세리머니나 상대 선수와 서포터스를 자극할 수 있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일본 누리꾼 역시 "백인들이 황인종을 차별할 때 취하는 포즈인데 기성용은 자신도 황인종인 것을 모르나" "같은 아시아인들끼리 자폭하자는 건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일본 역시 경기규칙을 지키지 않는 등 페어플레이 정신에 어긋난 행동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심판의 오심도 한 몫 거들었다. 1-1로 맞선 연장 전반 7분, 일본의 페널티킥(PK) 상황. 키커 혼다 게이스케(CSKA 모스크바)의 슈팅이 정성룡(26ㆍ성남 일화)의 선방에 막혀 튕겨 나온 볼을 문전 쇄도한 호소가이 하지메(우라와)가 재차 차 넣었다.
그러나 호소가이의 골은 오심 덕분이었다. 혼다가 볼을 차기 전 이미 마에다 료이치(주빌로 이와타) 등 3명의 일본 선수가 페널티지역 안에 위치해 있었다. 주심이 페널티킥을 다시 차는 것을 지시해야 했지만 그대로 골로 인정한 것이다.
'조광래호'의 후속대응도 아쉬웠다. 심판에게 PK 재 슈팅에 관한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고 실축 또는 선방 가능성에 대비해 일본처럼 문전 앞으로 쇄도해 수비를 해야 했다. 정성룡은 "슈팅을 막아낸 뒤 고개를 들어보니 푸른 옷의 일본 선수들만 달려들었다"고 말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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