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오찬 간담회'에 참석한 112개 중소기업들은 하나같이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춘 숨겨진 '강소(强小)기업'들이다. 특히 이날 간담회는 지금까지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듣던 방식에서 벗어나 4개 회사의 성공사례 발표를 통해 '강소기업'의 성공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세계 최고의 지문인식기술을 보유한 전문기업으로 전 세계 100개국에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는 슈프리마는 창의적인 해외 마케팅으로 눈길을 끌었다. 세계 기술 경연대화와 각종 기술 전시회를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방식으로 바이어를 넓혔다. 업계에서는 세계 최초로 구글 검색어 광고를 내는 등 비용이 적게 드는 인터넷도 적극 활용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 회사는 세계지문인식경연대회에서 2회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냈고, 창업 초기인 2007년 100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액은 2009년 342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이재원 대표는 "경험도 자본력도 없었지만 기술력을 믿고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렸다"며 "코트라ㆍ무역협회ㆍ중기청 등의 수출지원제도를 적극 활용한 게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OSG는 절삭공구 국산화를 실현한 기업. 일본 기술을 바탕으로 신제품을 개발한 뒤 공구 본가인 일본에 역수출까지 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33년간 단 한번도 직원들을 해고하거나 구조조정을 단행한 적이 없다는 점이 주목을 받았다. 정태일 대표는 "기술력은 하루 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며 "직원의 이동이 심하면 기술력을 키우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OSG는 안정적 인력운영을 위해 중장기 교육시스템을 운영하는 한편 직원들 의료비 전액을 지원하는 등 복지제도를 갖추고 있다.
BT분야에서 초청받은 메디포스트는 제대혈은행 국내시장 점유율 1위(43%) 기업. 줄기세포 산업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선제적으로 진출해 블루오션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디포스트 양윤선 대표는 "새로운 분야에 진출한 만큼 지속적인 연구ㆍ개발(R&D)을 위해서는 꾸준한 현금 공급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창업 초기부터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을 발굴했다"고 말했다.
카메라 모듈 분야에서 연평균 65% 이상의 성장을 유지하며 창업 6년 만에 매출 1,370억을 달성한 엠씨넥스는 기술력을 위해서라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R&D 기술인력이 직원의 25%에 이를 정도. 엠씨넥스 민동욱 대표는 "2006년 말 휴대폰 업계의 줄도산으로 제품을 납품하던 회사가 부도나는 등 위기를 겪었지만 기술력과 해외수출 가능성을 믿고 기다려준 투자처와 거래처가 있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며 기술력과 신뢰를 성공 비결로 꼽았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다수의 참석자들은 "대기업의 투자 확대 발표 이후에 중소기업의 우수한 인재들이 유출되는 일이 생기고 있다"며 "중소기업의 힘 만으론 이를 막을 수 없는 만큼 정부가 나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 달라"고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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