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 관리기간(전입 후 100일) 공중전화 사용, 흡연, 세면 등 모든 것은 선임에게 허락을 받아야 했으며,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주먹과 발길질이 날아왔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가혹행위와 괴롭힘이 남발되는 전의경 부대는 가히 인권침해의 전시장이었다.
경찰청이 26,27일 양일간 전국 183개 전의경 부대의 전입 6개월 미만 4,58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65명이 구타 및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참 100명 가운데 8명 정도가 구타 가혹행위를 경험한 셈이다. 이번 조사는 지방청 참여 배제 방침 아래 수사국장, 생활안전국장, 경비국장 등 경찰청의 치안감급 간부들을 16개 지방청에 내려 보내 이뤄졌다.
가장 빈번한 가혹행위는 자유 박탈형인 것으로 조사됐다. 물을 못 마시게 하는 '물개스', 잠을 못 자게 하는 '잠개스' 등이 많았다. '개스'는 방독면 착용 시 숨 쉬는 것 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래한 전의경들의 가혹행위 은어다. 휴식시간에도 TV 시청을 금지하고, 웃지 못하게 하는 행위도 비일비재했다. 양 손을 깍지 끼어 가슴에 얹고 부동자세로 자게 하기도 했다.
구타를 당했다고 응답한 전의경도 138명에 달했다. A 이경은 "선임 부대원이 코를 곤다며 입 안에서 피가 날 정도로 세게 뺨을 때렸다"고 했고 B 이경은 "선임들의 이름과 기수를 외우지 못한다고 다리로 허벅지를 걷어찼다"고 털어놨다.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두들겨 맞은 대원도 있었다.
모멸적이고 비인간적인 괴롭힘을 적시한 소원수리가 143건이나 됐다. 앞머리를 강제로 깎거나 벽에 붙어서 다니도록 하는 일은 예사였다. 앞만 쳐다보도록 하는 속칭 '정면뚫기'도 신입 교육용(?)으로 적잖이 사용됐다. 전남경찰청 소속의 한 대원은 "고참이 선 채로 잠을 자게 하거나 발 냄새를 맡도록 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엉덩이에 선임이 몸을 대고 성행위 흉내를 내는 등 성희롱이나 언어폭력을 당했다는 신입대원도 84명이 나왔다.
경찰은 피해 신고를 한 전의경을 대상으로 사실관계를 조사한 뒤 위법 행위가 드러나면 가해자를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미 전역한 사람이라도 행위 정도가 심하면 반드시 처벌할 것"이라며 가혹행위 근절의지를 밝혔다.
경찰은 또 피해 전의경에 대해서는 본인이 원하는 부대로 배치하거나 이들만으로 지방청 직속 교통도보대를 신설, 관리할 계획이다.
앞서 구타 및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23일 부대원 6명이 탈영한 강원경찰청 307전경대 사건과 관련, 경찰은 가해 부대원과 지휘ㆍ관리요원 20명을 27일 사법 처리했다.
경찰은 교육 명목으로 신입대원들을 10여 차례 폭행하고 연두부를 강제로 먹게 한 혐의로 유모(21) 상경과 강모(20) 일경 등 가해 부대원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가담 정도가 낮은 11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가혹행위 사실을 알고도 상급기관에 보고하지 않고 은폐한 중대장 정모(38) 경감 등 지휘ㆍ관리요원 5명은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됐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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