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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국정 연설/ 연설정계 라이벌들 짝꿍으로… 90명 섞여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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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국정 연설/ 연설정계 라이벌들 짝꿍으로… 90명 섞여앉아

입력
2011.01.26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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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고수돼온 전통이 깨진 새로운 밤이었다."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미국 주요 언론은 25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이날 의회 국정연설장 표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애리조나주 투산시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미 정치권 내 극단적 정치 대립에 대한 자성론이 정당별로 앉는 전통을 무너뜨리고 화합을 이뤘다는 평가다.

이날 저녁 민주 공화 양당 의원들은 익숙하지 않은 자리에, 한 때 서로 얼굴을 붉혔던 인사들과 나란히 앉았다. 존 맥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의원들이 앉았던 자리에서 존 케리, 톰 유달 두 민주당 의원 사이에 자리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는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와 짝을 이뤘고, 민주당의 커스틴 길리브랜드, 찰스 슈머 상원의원은 공화당 톰 커번 의원과 섞여 앉았다. 앞서 60여명의 상하원 의원들이 '섞여 앉기'에 동참키로 한 것보다 더 많은 90여명이 짝꿍을 이뤘다.

전통이 바뀌다 보니 웃지 못할 상황도 연출됐다. 지난해 국정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할 때 민주당 의원 대부분은 연설의 특정 주제가 끝날 때마다 기립박수를 쳤고, 공화당 의원들은 야유를 보냈다. 그러나 섞여 앉은 이번 연설 때는 민주당 의원이 군데군데서 기립하자 그 옆자리 공화당 의원이 얼떨결에 일어나는가 하면, 옆자리 공화당 의원의 눈치를 보느라 기립을 자제하는 민주당 의원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텍사스주의 민주, 공화당 의원인 헨리 쿠엘라, 마이클 맥콜 의원은 연설 내내 함께 서 있는 '섞여 기립'을 해 주목받았다. 이날 연설에서는 기립 박수는 자제됐으나 크고 작은 박수를 포함해 70여회에 가까운 박수가 터졌다.

연설 분위기는 과거에 비해 차분하고 경건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투산 총기난사로 부상한 가브리엘 기퍼즈 하원의원을 거론하자 모든 인사들이 일어나 경의를 표했다. 비어 있는 기퍼즈 의원의 좌석 좌우에는 민주, 공화 의원이 앉았다. 모든 의원들은 사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희고 검은 리본을 달았다. 미셸 오바마 여사 옆에는 기퍼즈 의원을 구한 보좌관 대니얼 에르난데스와 9세에 희생당한 크리스티나 그린 양의 가족, 기퍼즈 의원을 치료한 한국계 의사 피터 리 박사가 앉았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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