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바집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은 25일 강희락 전 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 전 청장은 함바집 운영권 브로커 유상봉(65ㆍ구속기소)씨로부터 건설공사 현장 민원 해결, 경찰관 인사 청탁 등의 명목으로 2009년 4~12월에 17차례에 걸쳐 1억8,000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다. 검찰은 전날 검찰시민위원회를 열어 위원 8명 만장일치로 ‘강 전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가 상식과 형평에 비춰 상당하다’는 의견을 받고, 10여일 간의 보강 수사 내용을 종합해 영장을 재청구했다.
강 전 청장에 대한 영장이 법원에 의해 발부될 경우 수사가 어느 정도 속도를 낼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이 사건 검찰 수사는 너무 완만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씨가 그간 각종 청탁 명목으로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들은 손으로 꼽기도 힘들 정도로 많다. 이 때문에 사건이 당초 ‘게이트’ 급으로 비화하는 듯했지만 지금으로서는 용두사미가 될 분위기다.
실제 유씨의 최측근으로 부산, 인천 지역에서 함바집 사업을 했던 A씨가 지난 9일 이후 한 차례도 검찰 조사를 받지 않은 데 대해 다른 피의자와 참고인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다른 관계자들은 2~9차례 조사를 받았다. 이 때문에 “검찰이 수사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문스럽다”는 말까지 나온다. A씨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부산, 인천 지역의 함바집 비리 의혹은 묻혀버릴 가능성이 크다.
검찰 수사가 이처럼 지지부진하자 항간에는 외압설까지 나돌고 있다. 유씨가 강남에서 룸살롱을 하던 시절 전직 차관, 강 전 청장 등으로 인맥을 넓히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변호사 B씨 때문이다. B씨는 유씨와 같은 호남 출신으로 검찰 고위 간부를 지낸 뒤 청와대에서 근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유씨의 측근 C씨는 “B씨는 유씨가 운영하던 룸살롱을 자주 드나들면서 급속히 친해졌다. 유씨는 ‘B씨가 다리를 많이 놓아줬다’고 이야기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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