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가축 200만 마리 이상을 살처분시킬 만큼 전국적 재앙으로 퍼지기까지 정부가 ▦초동대응 ▦역학조사 ▦방역 등에서 적어도 3번의 중대 실책을 범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에만 잘 대응했어도 구제역은 지금처럼 확산되지는 않았을 것이며, 결국 이번 구제역파동은 인재(人災)였다는 사실이 정부 공식조사 결과 드러났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25일 '구제역 확산 원인 및 전파경로 분석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부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공식 시인했다.
조사 결과, 정부는 초동대응 미비로 구제역 조기진화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지난해 11월23일 경북 안동 돼지농가에서 최초 의심신고가 들어온 뒤, 약식검사장비인 '간이항체키트' 검사 결과(음성)만 믿고 무려 5일을 허비했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항원) 침투 후 항체가 형성되는데 통상 14일이 걸리는 데 결국 정부는 생기지도 않은 항체를 검사하는 장비만 믿고 손을 놓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검역원측은 "더구나 이 지역 방역 담당자는 키트 검사가 음성이라도 검역원에 정밀검사를 의뢰토록 돼 있는 신고의무조차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파원인을 찾는 역학조사 과정 역시 허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발생 초기 안동 지역을 찾은 검역원 역학조사팀은 "경기 파주의 축산분뇨 건조기계업체 차량이 다녀갔다"는 주민들의 말만 믿고 해당 업체에 소독과 이동자제만 당부했지만 이 업체 차량은 이미 시료용으로 다량의 돼지분뇨까지 싣고 경기도 일대를 오갔다. 바이러스 덩어리를 실어 날라 계속 퍼뜨린 셈인데, 방역 당국은 보름 뒤 경기 일대에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에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방역망도 뚫렸다. 가축이 집결하는 도축장을 통해 전국적으로 바이러스가 퍼져나갔지만, 정부의 도축장 방역시스템은 충분히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도 구제역은 계속 확산돼 경남 김해와 충남 공주 돼지농가에서 추가 확진판정이 나왔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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