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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복지의 길을 묻다] <1부> 2. 기초는 튼튼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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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복지의 길을 묻다] <1부> 2. 기초는 튼튼한가

입력
2011.01.25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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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자독식이 낳은 양극화 해소전에 '참다운 복지' 없다"

해법은 조금씩 달랐다. 하지만 문제에 대한 인식은 같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취업자와 실업자…. 대한민국이 점점 더 치유하기 어려운 '분절된 양극화 구조'로 내몰린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복지모델을 논하는 것은 오히려 사치 아닌가. 복지 지출을 늘리더라도 양극화의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복지국가로 도약하기는 버겁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국일보와 보건사회연구원이 공동 기획한 '대한민국, 복지의 길을 묻다' 릴레이 좌담에서 금재호 노동연구원 연구위원,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권의 복지 논쟁이 '구태의연한 표심 확보'라고 비판하면서 복지의 기초부터 꼼꼼히 살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념 성향 떠나 "양극화가 가장 큰 문제"

사회(노대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전문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10년 내 발생할 가장 큰 위험으로 양극화를 꼽았고, 10년 후에는 대부분 저출산ㆍ고령화로 답했다.

금재호= 현상적으로 보면 소득격차와 양극화가 큰 문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원인인데, 첫째 성장잠재력 약화다. 과거 성장하면 분배도 개선됐는데 최근 몇 년간 이런 구조가 깨졌다. 둘째, 경제구조 불균형이다. 수출과 내수, 제조업과 서비스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연계가 약해졌고 소득이 한 곳에 몰리면서 분배 불균형이 심화됐다.

김태기= 소득불평등과 노동시장 양극화, 저출산ㆍ고령화, 성장잠재력 둔화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노동시장 접근에 소외되면서 소득이 불평등해졌고, 저출산ㆍ고령화로 인해 성장잠재력이 둔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소득양극화와 빈곤이다. 문제는 정치권 노동계 기업 등이 모두 심각함을 제대로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병훈= 사실 양극화는 이미 사회적으로 가장 큰 문제인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등을 내세우며 경제가 튼튼하고 성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게 양극화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나 대책 제시를 가로막고 있다. 정치권도 표심 얻기 위한 논쟁에 빠져 있다.

사회= 설문조사처럼 복지의 기초 토대가 양극화 해소인 것 같은데, 어느 정도 심각한가.

금= 외환위기 이후 자산ㆍ소득의 양극화가 심화됐고 근로소득 또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가 커지면서 자연히 소득계층간 가구소득도 크게 벌어졌다. 소득하위 10%가 벌어들인 소득이 전체 가구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4년 1.51%에서 2009년 0.85%로 떨어졌다. 2인 이상 가구의 상대빈곤율(가구소득이 중위소득의 50%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 비중)은 13.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4개 회원국 중에서 멕시코, 터키, 미국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

승자독식 구조의 경쟁체제가 양극화 원인

사회= 결론적으로 자산과 근로소득 등 전 분야에서 양극화가 큰 문제인데, .

이= 사실 양극화가 심각하지 않으면 지금처럼 복지 논쟁이 뜨거워질 이유가 없다. 이미 성장의 한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면서 복지 논의가 가열됐다. 양극화의 가장 큰 원인은 승자독식 시스템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으로 갈라진 구조에서 이긴 자만이 모든 걸 가져가는 구조라 불평등이 양산될 수밖에 없다. 특히 성장 위주의 패러다임에서 노동시장의 열패자(劣敗者)는 다시 딛고 일어서기 어려운 게 현 구조다. 결국 성장 위주 시스템으로는 경제주체 간 격차를 해소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고용과 복지가 성장보다 앞서 논의돼야 하는 이유다.

김= 양극화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세계화다. 사회 모든 분야가 경쟁에 내몰리면서 교육을 잘 받아 적응력이 뛰어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의 격차가 커졌다. 업종별로는 중소기업과 자영업 등이 큰 타격을 입었던 반면, 대기업을 중심으로 수출 관련 기업들은 오히려 기회를 얻었다. 다른 하나는 내부적 사회변동이다. 지난 20년간 우리사회는 고학력화, 여성화, 저출산ㆍ고령화 등을 한꺼번에 경험하면서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 도태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세계화 속에서도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가 같이 늘어났다면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과거 70, 80년대까지만 해도 기업이 주력 분야에 투자하고 수출하면,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늘어나고 소득과 소비가 증가해 성장이 이어지는 선순환구조가 유지됐다. 그러나 지금은 성장해도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대기업이 수출로 성장에 많이 기여하지만, 공장은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 있어 우리 국민들의 일자리는 늘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도태된 인력은 자꾸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성장해도 양극화가 지속되는 까닭이다.

금= 산업간의 불균형 심화도 양극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2008년 기준으로 서비스업의 생산성은 제조업의 50%에 그친다. 다시 말하면 서비스업 인력의 절반은 과잉이라는 얘기다. 동시에 그만큼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의 격차가 벌어졌다는 의미다. 특히 서비스업의 경우 대부분이 도소매음식숙박업 등 빈곤 자영업자들이 내몰린 곳이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소득 불평등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

고용기회 부여가 양극화 해소를 위한 급선무

사회= 결국 세계화 등에 따른 구조적 변화가 개인간, 그리고 부문간 양극화의 골을 깊게 만드는 것 같다. 해소 방안은 어떤 게 있는지.

김=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일자리다. 경쟁 격화 속에서 고용기회마저 박탈되다 보니 격차는 더욱 커진다. 장년층의 경우 취업하지 못할 경우 자영업이라도 뛰어들지만, 청년의 경우 마땅한 방법이 없다. 장년층이야 복지서비스로 충당할 수 있지만, 청년 실업자의 경우 복지 지출로 해결하기 어렵다. 때문에 건전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고용을 통해 성장을 모색해야 한다.

금= 생산성을 높이는 것도 큰 과제다. 현재 서비스업 분야의 생산성이 너무 낮기 때문에 생산성을 높이지 않은 상황에서 복지 지출을 늘리는 건 여건 개선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매우 커졌고, 향후 이 같은 위기가 또 발생할 경우 내부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또 과도한 복지지출은 재정건정성을 악화시켜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예방적 복지'를 위해서도 생산성 향상을 통한 성장에 무게를 둬야 한다.

'트리클 다운 효과' 없어… 정부 적극 개입해야

이= 일자리의 중요성은 이해하지만, 성장에 초점을 두는 건 적절치 않다. 과거 개발연대 시절에는 트리클 다운(trickle downㆍ물이 넘쳐 흐르듯이 대기업과 부유층의 부가 늘어나면 중소기업과 중ㆍ하층도 잘 살게 된다는 이론) 효과로 인해 한 산업의 주도로 경제가 성장하면 주변도 혜택을 봤지만, 지금은 그런 파급효과는 매우 적다. 문제는 정부가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과거 박정희 정부 때와 마찬가지의 성장 주도 전략을 펴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과거 10년 간에도 성장에 무게를 둔 면이 없지 않지만, 특히 이번 정부에는 토목국가로 불릴 만큼 엉뚱하게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 노동시장 불균형을 바로잡는 게 중요하다. 시장은 자기이익을 극대화하기 때문에 스스로 자원배분을 공정하게 하지 못한다. 정부가 고용에 방점을 둬 양극화 해소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김= 성장과 복지는 별개 문제가 아니다. 과거엔 성장이 주도할 수밖에 없었다. 농업, 경공업, 중화학으로 넘어갈 때 기업이 투자하고 수출하고 여기서 고용이 창출됐고, 이게 결국 넓은 의미의 복지였다. 하지만 이젠 인적자원이 주도하는 성장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저출산으로 늘어난 여성 노동력, 고령화에 따른 노인인력, 고학력 청년이 일자리를 갖도록 하는 것이 성장이자 복지의 중요한 관건이다.

금= 과거에도 인적자본 중심의 성장 논의가 없었던 건 아니다. 문제는 논쟁만 했을 뿐 컨세서스(합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인적자본 육성은 수십 년 걸리는 장기 과제다. 다행인 것은 현 정부에서 국가고용전략회의 등을 통해 고용친화적 재정정책을 최근에 펴고 있다는 점인데, 문제는 실천이다.

공정한 시스템 마련, 노동가치 제대로 인정해야

사회= 그럼 인적자원 중심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들은 무엇인가.

이= 지금 논의들이 마치 성장제일주의로 회귀하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이제는 성장 자체가 아니라, 성장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기여했는지가 중요하다. 그 성장의 핵심이 노동이다. 노동자가 근로에 정당하게 참여하고 그 가치에 해당하는 만큼의 임금을 받게 함으로써 양극화를 해소하는 게 바람직하다.

김= 인적자본 주도형 성장의 전제 조건은 관행들을 바꾸는 것이다. 예컨대 기존엔 투자를 많이 하는 기업에 각종 조세혜택을 주었지만, 이젠 일자리를 늘리는 기업에게 혜택을 돌려줘야 한다. '유리지갑' 샐러리맨들에게만 세금을 많이 거둬간다고 느끼게 하는 조세제도도 바꿔야 한다. 교육 소비자(학생)만 무한 경쟁하고 공급자인 대학은 과거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교육시스템도 손질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인적자원 주도 성장의 중장기 과제다.

금= 공정이 중요하다. 비정규직보호법이 좋은 예다. 비정규직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법 때문에 영세기업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은 오히려 실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대기업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은 보호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전체 비정규직의 3분의 1이 일하는 30인 미만 사업체에서는 오히려 비정규직이 피해를 보게 됐다. 생산성이 높은 기업에서 일자리 나누기도 해야 한다. 복잡한 사회구조 속에서 정부 개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잘못 개입하면 시장이 망가지고 일자리도 감소한다. 대표적 예가 보육 서비스다. 정부가 보육 지원을 위해 시장이 형성되기 전에 뛰어들어 돈을 지원함으로써 자립성 없는 보육기관이 우후죽선처럼 생겨났다.

경쟁과 비경쟁 영역 구분해 제도 개선해야

사회= 노동시장이 너무 경직돼 있어 결국 복지 수요가 더 많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 같다. .

이= 한국형 유연안전성(flexicurity) 모델이 중요하다. 기업은 자유롭게 근로자를 해고하고, 해직자는 실업급여를 통해 실직에 따른 부담을 크게 덜고, 국가는 근로자에게 재취업 훈련 등을 지원함으로써 기업 복귀를 원활하게 하는 자연스러운 구조, 이른바 '황금삼각형'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런 여건이 갖춰지지 않다 보니, 재작년 쌍용차 사태에서 보듯 근로자는 목숨을 걸고 자리를 지키려고 하고, 기업은 근로자의 경직성을 우려해 해직을 감행할 수밖에 없고, 정부는 그 사태 해결에만 골몰하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고용을 사회투자적 입장에서 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없는 사람에게 일자리를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고용이 하나의 투자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주요 요인이기 때문이다.

김= 일자리를 세 분야로 명확히 구분해 정부가 목표를 달리해야 한다. 첫째, 경쟁 영역이다. 변호사 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의 경우 경쟁해야 할 분야인데도 자격증 하나로 칸막이를 쳐 기득권을 오랜 기간 보호받는다.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둘째, 보호영역이다. 비정규직의 경우 모두 보호하려 하지 말고 정말 보호해야 할 영세기업 비정규직만을 보호해야 한다. 연봉 4,000만원이 넘은 대기업 소속 비정규직까지 법이 보호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공정하지 못한 법률을 만들기보다는 관행을 개선하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어려운 계층은 적극 지원해야 한다. 진짜 어려운 사람들은 고용보험조차 내지 못하는 근로자다. 이런 사람들은 정부가 지원해서라도 고용보험을 같이 부담하는 등의 방식으로 도와야 한다. 그게 곧 복지이자 성장의 발판이다.

금= 복지수요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노동시장 왜곡이다. 노동시장 왜곡은 특정 분야에서 생산성보다 임금이 더 빨리 올라가고 이게 기득권화되기 때문이다. 또 노동과 복지를 연계해야 한다는 얘기는 많았지만, 실제로 실행이 안 된다. 이건 단순히 일부 부처만의 의지로는 안 된다. 국가 차원에서 복지의 낭비적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도 '일하는 복지'를 적극 실행해야 한다.

사회=노대명 보건사회硏 연구위원

정리=박기수기자 blessyou@hk.co.kr

사진=홍인기기자 hongik@hk.co.kr

■ 왜곡된 노동시장 구조/ "열심히 일하면 가난 벗을 수 있나?" 답조차 망설여진다

복지 문제를 논할 때 사람들은 묻는다. 열심히 일하면 누구나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 아닌가. 게으른 이들을 도와줄 필요가 있는가. 그러나 현재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를 보면 이러한 질문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음을 금세 알 수 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4,320원. 현 정부 출범 이후 높은 경제성장률을 자랑하고 있지만 최저임금 상승률은 최근 10년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묶여 있다. 정부는 2010, 2011년 상승률을 전년대비 2.75%, 5.1%로 결정했고, 이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던 1999년(2.7%), 2000년(4.9%) 수준이다. 이 때문에 2명의 자녀를 둔 부부가 맞벌이를 하더라도 최저임금에 묶여 최저생계비(4인 가족 기준 143만9,413원)를 벌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구나 임금근로자 중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비율이 12.8%(2009년 기준)에 이른다. 2001년 4.3%에 불과했으나 매년 급증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안주는 사업자는 처벌하게 돼 있지만 '을(乙)'의 입장인 근로자는 제대로 신고도 못하고, 최저임금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받기도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홍익대 미화원들의 경우 한 달에 75만원을 받는다. 미화원들은 하루 10시간 일하기 때문에 최저임금보다 적다고 주장하지만,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3시간 휴식시간이 있어서 이를 제외하면 딱 최저임금"이라고 말했다. 휴식시간에 대한 입장이 달라서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 해도 근로자들로서는 억울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비교를 해보면 한국의 최저임금이 얼마나 낮은지 알 수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중위(中位ㆍ전국민의 임금을 서열화했을 때 중간에 위치한) 임금 대비 최저임금을 가리키는 '상대적 최저임금수준'은 비교 가능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9개국 중 우리나라는 16위다. 국민소득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시간당 1만원대인 선진국들의 최저임금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최저임금위 측은 "한국은 상여금과 숙박비를 최저 생계비에서 제외하지만 외국은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고 일괄 비교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저임금만을 주는 사업자가 상여금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현실을 무시한 설명이다. 고용부 자료에 따르면 임금수준이 가장 열악한 1~5인 사업장의 경우, 정액임금에서 더해지는 금액은 거의 없었다.

중소기업 사장들만을 탓할 수도 없다. 이들도 줄 돈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기업 중심 성장 정책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흑자를 내고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그 몫이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게 문제다. 국내 대기업 종사자가 전체 취업자의 8%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대기업 고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고용창출을 최대 과제로 꼽고 있는 현 정부가 고용비율이 8%에 불과한 대기업 위주의 성장 정책을 펴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대기업이 순전히 자신들의 힘으로 성장을 이뤘다면 또 다른 문제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고환율 정책으로 서민들은 직격탄을 맞게 됐고,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으로 중소기업 보호망은 줄어들었지만, 대기업 수출활성화를 위해 단가하락 등 하청업체의 희생이 뒤따르는 관행은 별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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