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 회동서 개헌 추진 공감개헌 의총 연기로 저변 확대·친이 결속 포석도친박계發 '역풍' 불보듯… 공론화 성공 미지수
여권 수뇌부가 23일 비공개 당청 회동에서 개헌 문제에 대해 의견을 모은 것은 앞으로 개헌 공론화를 위해 적극 나서자는 것이다. 그동안의 개헌론이 다소 수세적이었다면 이제는 공세적으로 추진하자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여권 수뇌부가 모두 모인 자리에서 개헌 관련 공감대가 있었다는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사실 그동안의 개헌 논의는 여권 주류인 친이계 중에서도 이재오 특임장관과 친이재오계 의원들 중심으로 이뤄졌다. 때문에 친이계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도 "개헌은 이미 시기적으로 늦었다. 혹시 대통령 뜻과 관계없이 이 장관이 개헌 드라이브를 거는 것 아니냐" 등의 얘기도 나왔다. 이 대통령이 평소 개헌 필요성을 거론했지만 현 시점에서 개헌을 적극 추진하는 데 찬성하는지 여부는 분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회동을 계기로 이 장관의 개헌 행보가 이 대통령 생각과 다르지 않다는 점이 확인됐다. 말하자면 '청와대도 반대하지 않으니 당이 한번 적극 추진해 보자'는 분위기가 마련된 셈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24일 "개헌 문제는 국회가 다룰 일"이라면서도 "청와대는 개헌 논의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의 이날 언급은 '반대가 아니다'에 초점이 맞춰졌다. 당청 회동에 참석한 인사들도 회동 내용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끼면서도 "이런저런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며 개헌 관련 논의가 이뤄졌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 같은 분위기는 친이계 전체의 결속력 강화 모색 움직임과도 연관돼 있다. 헌법 개정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개헌 추진 자체가 친이계의 원심력을 최대한 억제하고 구심력을 강화하는 기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나라당이 이날 25일로 예정됐던 개헌 관련 의원총회를 설 연휴 이후인 8~10일로 연기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구제역 문제가 여전하고 해외 출장 및 귀향 활동으로 참석 의원들이 적을 것 같아 연기했다"는 게 당의 공식 설명이지만 당청 회동과 의총 연기를 연결지어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한 핵심 당직자는 "의총을 연기해 사흘간 열기로 한 것은 제대로 한번 개헌 논의를 하겠다는 지도부의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권 주류의 개헌 공감대 형성과 본격 공론화 구상이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의총에서 친이계와 친박계의 한바탕 혈투가 불가피하다. 친이계는 대통령 권력 분산을 명분으로 내걸어 '분권형 대통령제'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의 개헌 논의는 정략적"이라고 주장하는 친박계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계파 갈등이 폭발할 수도 있다. 일부 소장파 의원들도 '개헌 논의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의총을 계기로 개헌론이 불붙을지 아니면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될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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