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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살아 있는 길, 살아 숨 쉬는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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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살아 있는 길, 살아 숨 쉬는 장소

입력
2011.01.2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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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우익 주중대사는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출신이다. 나는 그가 2004년에 펴낸, 두 권의 국토기행인 <장소의 의미> 를 즐겨 읽었다. 그는 책 머리말에서 '장소의 의미는 우리 삶의 의미가 오래 누적되어 만들어진다'고 했다. 정치적 견해를 떠나, 나는 그가 자신의 '국토론'을 듣는 학생들을 위해 발로 쓴 답사기가 좋았다.

최근 마산의 한 출판사가 경남대 유장근 교수의 마산답사기 <걸어서 만나는 마산이야기> 를 펴냈다. 마산 출신이 아닌 그가 2009년 10월부터 2010년 2월까지 시민들과 함께 10차에 걸친 답사로 읽어낸 '마산'은 감동적이다. 마산에서 고교와 대학을 다닌 나도 몰랐던 전혀 다른 마산이 그 책에 있었다.

그는 '마산의 역사는 마산사람들이 온갖 희로애락을 거름삼아 일구어온 역사'라고 했다. 류우익 씨의 주장과 통하는 말이다. 걷기바람에 도시마다 우후죽순 길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그 길 위에 누적되어 있는 역사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그 길은 죽은 길이다. 길은 살아있을 때 사람의 길이 된다.

가포에 있었던 마산결핵병원에 위문공연 온 마산 출신의 가수 겸 작사자 반야월 선생이 한 여성 환자로부터 사연을 듣고 '산장의 여인' 가사를 썼다. 그 사실을 알고 길을 갈 때 그 길은 얼마나 가슴 저린 장소가 되는가. 좋은 책이 서울서 먼, 지역에서 출판되는 이유로 널리 소개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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