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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건 외제차 폭주족… 어린 딸 태우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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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건 외제차 폭주족… 어린 딸 태우기도

입력
2011.01.2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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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해 8월 말 인천 북항. 대한의사협회 직원 박모(26)씨는 자신의 외제차 마쯔다 RX-8에 여자친구 조모(18)양을 태운 채 400m 직선도로를 내달렸다. 2대의 차량이 고속 질주로 승패를 가리는 '드래그 레이스(drag race)'였다. 순식간에 시속 200㎞를 넘어선 차는 균형을 잃으면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고, 조양은 흉추골절 등 전치12주의 중상을 입었다. 당시 박씨는 무면허였다.

#2. 이모(28)씨는 굽이진 고갯길에서 중앙선 침범 등 과격한 운전으로 스릴을 느끼려는 '와인딩 레이스(winding race)'를 즐겼다. 주무대는 서울 시민들의 산책로인 남산 소월길. 그의 난폭운전에 생명의 위협을 느낀 주민과 상인들의 신고가 쏟아졌다. 이씨는 2009년 8월 같은 장소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다리까지 절게 됐지만, 그 후에도 폭주의 유혹을 떨치지 못했다.

외제차를 몰고 전국을 돌며 광란의 질주를 벌여온 폭주족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은 24일 심야 시간대에 자동차 경주를 벌인 기업 대표와 현역 프로야구 선수, 의사 등 폭주족 146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북악스카이웨이나 남산 소월길 같은 서울의 도로는 물론, 충남 천안과 강원 태기산 등 전국을 돌며 710차례에 걸쳐 위험천만한 경주를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폭주족들 중에는 성형외과 의사, 회사 임원 등 고소득 전문직을 비롯해 프로골퍼, 해병대 현역장교, 국립대 강사와 가정주부, 공익근무요원, 고교생까지 포함돼 있었다. 경찰은 "검거된 이들은 비싸고 성능 좋은 자동차에 대한 과시욕, 경주를 통한 경쟁심과 고속 질주에서 느끼는 쾌감 때문에 폭주에 빠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밤이 되면 포르쉐, 페라리, 벤츠, 아우디, BMW 등 고급 외제차를 몰고 나와 광란의 레이스를 즐겼다. 드래그 레이스, 와인딩 레이스뿐 아니라 고속질주 상태에서 차를 360도 회전시키는 '드리프트 레이스(drift race)', 고속으로 올림픽대로 등 공공 도로의 일반 차량들 사이를 지그재그로 빠져나가는 '공도 배틀(公道 battle)' 등으로 운전솜씨를 과시하려 했다.

목숨을 건 경주를 위해 차량 자세제어장치(엔진 출력이 비정상적으로 커질 때 자동으로 속도를 떨어뜨리는 것) 등 안전장치를 떼어내는 불법 튜닝을 서슴지 않았고, 인터넷모임 게시판에서는 'ㅂㅎㄷㄹㄱ'('북항 드래그'의 머릿글자) 등 암호를 사용해 경찰의 단속을 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폭주족 중에는 어린 딸까지 차에 태우고 영화 속의 경주 장면을 흉내 낸 철없는 20대 부부도 포함돼 혀를 내두르게 했다. 모터스포츠 관련업체 대표 방모(28)씨는 무등록 자동차운전학원을 운영하며 1인당 20만원씩 받고 레이싱 요령을 가르치는 폭주족의 스승(?) 역할을 했다.

경찰은 박씨와 이씨에 대해 일반교통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폭주 운전자 전원에 대해서는 운전면허를 취소하고 2년간 면허 취득을 제한했다. 경찰은 "이들을 잡기 위해 관련 카페를 뒤지고 사이트 운영자 사무실까지 압수수색했다"며 "그간 드리프트 레이스를 하면 과태료를 물리는 데 그쳤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일반교통방해 혐의를 적용해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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