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세간의 오해 두 가지. 첫째는 아파트만 짓는 건설회사라는 것이고, 둘째는 해외사업에는 큰 관심이 없다는 것.
사실 우리나라 프리미엄 아파트 시장에서 현대산업개발의 ‘아이파크’브랜드는 가히 ‘베스트 오브 베스트’이다. 아이파크는 모든 도시인들의 로망이고, 거기에 산다는 것 만으로도 부와 명예를 갖고 있다는 방증인 게 지금의 현실. 그러다 보니 현대산업개발은 ‘프리미엄 아파트’회사 이미지가 굳어졌고, 때마침 해외사업이 휴지기에 들어가다 보니 철저히 ‘내수회사’로만 각인되었던 것이다.
인터뷰=이성철 경제부장
최동주 현대산업개발 사장은 이 점이 몹시 못마땅한 눈치였다. 그는 본지 인터뷰에서 “우리 회사에 대해 세상이 잘 모르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 “현대산업개발은 진정한 도시개발사업의 리더이자 해외사업의 숨은 강자라는 사실에 진짜 방점이 찍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현대산업개발은 우리나라 건설사에서 도시개발사업 개념을 최초로 접목한 회사다. 그렇게 해서 지어진 아파트단지가 바로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다. 신흥부유층의 상징처럼 된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옛 현대그룹 계열사였던 현대산업개발이 1970년대 아파트뿐 아니라 병원 학교 백화점까지 함께 조성해 만든, 7,600가구 규모의 국내 첫 민간주도 도시개발사업이다.
“1기 신도시라 불리는 분당과 일산이 80년대 후반 돼서야 본격화된 것들인데 이런 신도시 개발 개념을 70년대에 실행에 옮겼으니, 현대산업개발은 도시개발에 관한 한 20년 앞을 내다본 선구자였던 셈입니다.”
실제로 현대산업개발은 지금도 전국에서 도시개발사업을 진행 중이다. 수원의 아이파크시티(99만7,600㎡),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아이파크(56만1,000㎡), 마산만 해양신도시 개발사업(181만8,400㎡) 3곳 모두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시도되지 않은 형태의 도시개발 사업들이다. 예컨대 수원 아이파크시티는 사실상 버려진 도심 폐허를 친환경 주거ㆍ상업 복합단지로 개발하는 도심재생사업이고, 해운대와 마산항 개발사업은 72층 주상복합아파트와 6성급 호텔, 요트경기장이 어우러지는 리조트시티개발과 항만배후 복합단지를 건설하는 해양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다. 그냥 벌판 위에 아파트만 들어서는 기존 단지개념과는 차원이 다른, ‘새롭게 도시를 만드는 사업’인 셈이다. 최 사장은 “모두 수 조원씩이 투입돼 대한민국의 지도를 다시 그리는 대역사(大役事)를 우리 손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냉정히 말해 우리나라의 도시개발사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경험도 일천하고, 노하우도 미비하지만, 무엇보다 신념과 철학도 부족하다는 게 최 사장의 진단이다.
“도심재생사업의 모범 사례인 일본 도쿄의 롯폰기힐스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아십니까. 지금의 모습을 갖추는데 무려 30년이 걸렸습니다. 실제 시공기간은 3년뿐이었지만, 이를 위해 27년간 계획을 짜고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했지요.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열린 회의만 3,200번에 달한다고 합니다.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대화와 설득 보다는 힘으로 밀어붙이고, 몇 년 만에 끝내버리는 우리나라 개발사업의 현실과 너무도 대조적이었습니다.”
현대산업개발 역시 해외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현대산업개발이 결코 해외건설에 약한 회사가 아니다”면서, 설립 이듬해인 1977년 사우디에서 2억5,780만 달러를 수주하며 그 해 단숨에 해외수주랭킹 5위에 올랐던 경험을 소개했다. 최 사장은 “그 후 수익성이 높았던 국내 주택시장 쪽에 집중했을 뿐인데, 올해부터는 해외사업에서도 본격적으로 좋은 소식이 들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 사장은 직원들에게 어떤 경우든 한계를 두지 말라고 강조한다. 현재 브랜드이미지(BI)를 다시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인데, 디자인개발자에게 ‘사업대상을 지구에 한정 짓지 말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언젠가는 달나라에도 호텔을 지을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정리=전태훤기자 besame@hk.co.kr
● 잊을 수 없는 순간들
최동주 사장은 현대건설 현대미포조선 현대백화점 그리고 지금 현대산업개발까지 31년 세월 동안 가장 기억 남는 순간으로 2005년 아이파크몰 대표로 취임했던 때를 꼽았다.
"현대개발산업은 당시 당시 부동산 개발자로서 용산역 민자역사사업을 추진했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 아이파크몰(당시 명칭 스페이스9)을 열었는데 1년도 되지 않아 고사위기에 몰렸지요. 점포를 분양 받은 투자자들은 생존권 보장을 요구했고, 회사대표로서 셀 수도 없이 그 분들과 만났지만 언제나 삿대질과 고성이 오가는 난장판으로 끝났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어요. 진심으로 다가갔다니 석 달이 지나자 그 분들도 마음을 열더군요. 그 덕에 아이파크몰은 연간 1조8,000억원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인내와 진심이 통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계기인 셈이죠. 제 인생의 키워드가 '불인불승(不忍不勝ㆍ참지 못하면 이기지 못한다)'인 것처럼 말이죠."
● 최동주 사장은
1952년 전남 해남 출생
배명고,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1978년 현대건설 입사
현대미포조선 현대백화점 등을 거쳐 현대아이파크몰 사장 역임
2010년1월~ 현대산업개발 사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