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영화의 영원한 고전 는 총 22편이 제작됐다. 1962년 의 숀 코너리부터 조지 레젠비, 로저 무어, 티모시 달튼, 피어스 브로스넌, 다니엘 크레이그까지 6명이 주연을 맡았다. 로저 무어가 총 7편으로 최다 주연이긴 하지만 그래도 007하면 역시 초기 여섯 작품을 연기한 숀 코너리다. 그러나 이 멋진 캐릭터가 사실은 첩보원으로선 부적합하다는 평가가 실제 소속기관인 영국첩보부 MI6에서 나온 적이 있다. 그처럼 두드러지고 귀티 나는 용모부터가 스파이로선 빵점이라는 것이다. 첩보활동의 기본인 은밀성 때문이다.
■ 경우가 좀 다르긴 하지만 특수부대 작전 또한 마찬가지다. 특수부대의 개념 규정부터 애매하긴 하지만 대체로 정규전력 사용이 곤란하거나 부적절한 전략전술상 특수목표에 대한 작전을 수행하는 부대로 규정할 수 있다. 전시에 적 지휘부나 핵심시설, 또는 전략거점에 대한 기습침투 및 정밀 타격, 정규군의 작전 활로를 트는 특수정찰, 평시의 대테러 활동 등이 이들의 주 임무다. 역시 은밀, 신속, 불가측성이 기본이다. 우리 군에선 이번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을 수행한 해군의 UDT/SEAL, 육군 특전사, 공군의 CCT, 해병대 수색대 등이 해당된다.
■ 삼호주얼리호 건은 전형적인 특수작전이다. 신속하고도 완벽한 제압과 구출로 찬사를 받아 마땅한 쾌거다. 외국 정부와 군, 언론도 크게 주목했다. 그러나 자랑과 흥분이 너무 지나쳤다. 투입 병력서부터 장비, 사전 준비과정, 시시각각 작전상황이 한 점 숨김없이 모조리 드러났다. 동영상의 공개로 작전요원들의 세밀한 움직임이 다 노출된 데다, 해군에선 더 나아가 작전 재연행사까지 여는 과도한 친절을 베풀었다. 해적은 물론이거니와 북한에도 매우 유용한 정보가 됐을 것이다. 천안함 때 무분별한 아군 정보공개의 부작용을 벌써 잊은 듯싶다.
■ 특수부대는 편제 장비 상세 훈련내용은 물론, 대원들의 신원도 군사기밀이다. 특수작전 자체가 상대의 허를 찌르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천안함ㆍ연평도 도발로 상처 입은 국민감정을 북돋울 필요성은 이해하고도 남지만, 국가와 군 지휘부가 어떤 경우에도 냉정하고 침착하게 사리를 따져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 점은 좀 아쉽다. 또 하나 우리 특수부대원들이 MP-5기관단총을 빼곤 보병 기본장비 이상의 별다른 특수전 장비를 갖추지 못한 사실도 마음에 걸린다. 마냥 뿌듯해만 할 게 아니라 꼼꼼히 짚어볼 대목이 적지 않다.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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