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고가 장비 구입에 집중SW·콘텐츠 육성 정책 펼쳐야
삼성은 지난해 36조5,000억원을 투자했다. 이 금액은 사실 우리 국민 모두에게 1인당 75만원씩 나눠 줄 수 있는 정도로 어마어마한 액수다. 이처럼 통 큰 투자가 만든 일자리는 얼마나 될까. 2009년 18만8,000명이었던 삼성의 국내 임직원수는 2010년 20만3,000명으로, 1만5,000명이 증가했다. 이는 결국 일자리를 하나 만드는 데 무려 24억3,000만원이 들었다는 계산도 가능한 셈이다.
이처럼 기업이 투자를 늘려도 일자리가 기대만큼 창출되지 않는 것은 제조업, 특히 장치 산업의 특성상 투자액의 상당액이 고가의 장비를 사는 데 사용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대기업에 투자를 늘릴 것을 압박하고, 대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한다 해도 정작 궁극적 목표인 일자리 창출은 늘 미흡할 수 없는 이유다.
오히려 대기업 투자는 일자리를 더 줄일 수도 있다. 실제로 삼성은 지난해 2만2,500명을 새로 채용했다. 그러나 정작 정원은 1만5,000명이 늘어나는 데 불과했다. 7,500명은 회사를 떠난 것. 자연감소분도 있겠지만, 상식적으로도 자동화 기기가 설치되면 사람이 하는 일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생산성이 점점 높아질수록 필요한 노동력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갈수록 더 뚜렷하다. 한국은행의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제조업 산출액 10억원 당 소요되는 취업자수는 1985년에는 31명이었으나 90년엔 21명, 95년에는 10명으로 감소한 데 이어 2000년엔 4.4명까지 축소됐다. 또 이후에도 2005년 3.4명, 2006년 3.2명, 2007년 3.0명으로 감소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투자를 해도 일자리가 늘지 않고, 수치상으로는 경제가 성장을 해도 고용이 창출되진 않는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이젠 발상의 전환을 통해 사고의 틀과 정부 정책의 우선 순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투자의 규모나 성장률 그 자체에 목을 맬 것이 아니라 과연 일자리 창출이 얼마나 되는 지가 정부 정책의 기준이 돼야 한다는 것.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사실상 대기업 성장을 지원하고 수출을 독려하는 데에 최우선 순위를 둬 왔던 지식경제부도 이젠 기업과 수출 그 자체가 아니라 일자리를 가장 먼저 생각하는 부서로 거듭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기업들 순위를 자산이나 매출액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일자리 수와 증가 폭을 기준으로 선정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귀 기울일 만 하다.
특히 서비스업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롯데마트는 올해 1,000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내 놓았다. 만약 삼성전자라면 1,000명의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2조4,300억원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롯데마트의 올해 투자액은 7,000억원 수준이다. 제조업 보다는 서비스업이 성장해야 일자리를 늘리는 게 수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서비스업 중에서도 수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콘텐츠 산업과 소프트웨어를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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