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의 거목 소설가 박완서씨가 22일 오전 5시 경기 구리시 아차동 자택에서 향년 80세로 세상을 떠났다. 등단 후 40년 동안 현대사의 상처를 보듬는 따뜻한 글로 문단과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작가의 타계 소식에 각계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고인은 지난해 10월 담낭암 수술을 받고 호전되는 듯 했으나 이날 새벽 갑자기 병세가 악화했다. 유족은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편안하고 조용하게 가셨다"고 밝혔다.
1931년 경기 개풍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해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중퇴했다가 1970년 여성동아 장편 공모에 <나목(裸木)> 이 당선돼 늦깎이로 등단했다. 이후 <휘청거리는 오후> <그 해 겨울은 따뜻했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아주 오래된 농담> 등 작품을 통해 전쟁과 일상의 폭력에 상처받은 서민의 아픔을 달래고, 때로는 산업화 과정에서 황폐해지는 인간성을 고발했다. 마지막 저서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을 비롯해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등 수필집도 여럿 냈다. 고인은 내놓은 책 대부분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대중적 사랑을 받는 동시에 진솔한 문체로 삶의 아픔을 작품으로 승화하는 문학적 성취를 이뤘다.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만해문학상 등 여러 문학상과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1993년부터 줄곧 유니세프 친선대사로도 활동했다. 꼴찌에게> 못> 아주> 그> 그> 휘청거리는> 나목(裸木)>
유족은 호원숙(작가) 원경(서울대 의대 교수)씨 등 4녀와 사위 황창윤(신라대 교수) 김광하(도이상사 대표), 권오정(성균관대 의대 학장) 김장섭(대구대 교수)씨 등이 있다. "문인들은 가난하다. 내가 죽거든 문인들 부의금을 절대 받지 말라" "장례는 소박하게 하라"던 평소 고인의 뜻에 따라 유족은 문인장 대신 가톨릭식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르고 부의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 빈소는 서울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25일 오전 8시40분, 장지는 용인 천주교 묘지. (02)3410-6916.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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