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 활동 무대인 아덴만 인근 해역은 국내 무역 물동량 가운데 3분의 1이 오가는 요충로다. 더구나 해적들이 인도양까지 나가 납치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어서 위험 수역도 확대되고 있다. 이번 삼호주얼리호가 납치된 아라비아 해역은 중동에서 원유를 수입해오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송로와도 겹친다. 이 지역 해상교통로의 안전 확보는 선원 보호뿐 아니라 국가경제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따라서 우리 선박들을 해적들의 공격으로부터 막아내기 위해서는 철저한 예방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해적 대책, 예방이 먼저
군사작전은 해적들에게 ‘협상은 없다’는 단호함을 보여줌으로써 예방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하지만 군사작전은 여러 가지 위험요소를 갖고 있으므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자칫 작전이 실패할 경우 상황이 악화되는데다 성공할 경우에도 보복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소말리아 해적들은 이번에 희생된 동료들을 대신해 이미 납치된 금미호 선원들을 보복할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위협했다. 또 파견 군함이 작전에 동원되면 다른 상선들이 해적의 공격 대상으로 노출될 위험이 더 커진다. 국방대 김영호 교수는 “여러 문제점이 있을 수 있음을 감안해 군사작전을 시도할 경우 사전에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며 “사안별로 대처해야겠지만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관이 준비할 대응책은
이번에 구출 작전이 성공했지만, 유사 사례는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 때문에 향후 대책은 해적을 피하고 납치를 예방하는 방향에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정부 차원에서 사전 예방과 즉시 대처를 위해 최영함 이외에 군함을 추가로 파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해적들이 인도양까지 진출하고 있어서 경계 수역도 넓어졌다. 1월 상순까지 거의 매일 1건의 해적 공격이 발생할 정도로 해적 활동 자체도 늘고 있다. 그러나 최영함은 평소 아덴만 일부인 1,200km의 호송구간에서 활동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로 군함을 파견해도 납치를 막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 남북 긴장이 완화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군함 추가 파견은 무리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해운사 차원의 대책도 거론되고 있다. 선원들이 해적 공격을 받으면 피신해 생활할 수 있는 피난처(citadel) 설치, 무장한 민간 보안요원의 탑승 방안 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해운사에게 이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이르면 2월 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철조망과 전기 와이어를 설치해 해적들이 승선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대형 해운사들은 이미 이런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중소형 해운사들은 자금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최근 납치 사건이 중소형 해운사들에 집중되고 있으므로 이를 막기 위한 별도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느 국가도 혼자 힘으로는 소말리아 해적의 납치 행위를 예방할 수 없다. 그래서 유엔 등 국제사회가 나섰으나,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3월 미국 워싱턴에서 해적 자금 차단 전문가회의에서 금융거래 중단 방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지만 주로 현금 거래를 하는 해적들에게 실효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 사실 소말리아 해적이 만연한 이유는 빈곤과 국가 통제력의 부재 탓이다. 국제사회가 나라를 재건시켜 정치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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