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들은 월급을 못 받아도 하소연할 데가 없는 우리 사회 약자들입니다. 이분들처럼 뿌리를 내리지 못한 사람들을 보면 더 마음이 짠합니다. 그냥 가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노영심(43ㆍ사진)씨는 이들을 돕기 위해 최근 피아노연주곡 앨범, '눈의 송가'를 냈다. 앨범 판매액과 공연 수익금은 복지단체 '라파엘 클리닉'(라파엘)이 이주 노동자를 무료로 진료하는 데 사용된다.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한 카페에서 노씨를 만났다. 노씨는 "라파엘과 함께 하는 일인데 자신만 부각되는 게 부담스럽다"며 김우경 라파엘 사무국장과 함께 나왔다.
노씨가 이주노동자들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해 6월 자신의 음악회에 참석했던 라파엘 고찬근 신부가 그를 진료소로 초대하면서부터이다. 라파엘은 1997년 서울의대 가톨릭교수회와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가 이주노동자 첫 진료에 나서며 만들어진 의료봉사단체. 라파엘 김 국장은 "혜화동과 경기 동두천 생연동 진료소에서 매달 1,000여명의 이주 노동자를 치료한다"고 설명했다. 노씨는 "6월27일에 혜화동 동성고등학교 강당 복도에 차려진 진료소에 처음으로 갔는데, 이후 내가 어떤 일을 할지 그때 모든 그림이 그려졌다"고 말했다.
이후 노씨는 '눈의 마을'로 불리는 일본 아오모리현을 찾아 '눈의 송가'에 들어갈 연주곡을 만들었다. 그는 "아오모리현은 예전에 방문했을 때 강한 인상을 받았던 곳"이라며 "지난해 10월 이 곳을 다시 방문에 라파엘과 이주노동자들을 돕기 위한 곡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앨범이 완성된 후 노씨는 지난해 12월12일 동성고 강당 입구에서 자신이 기획과 섭외, 연출까지 모두 도맡은 앨범 첫 공연을 열었다. 당시 무대에는 노씨와 함께 노씨가 초대한 '가끔 모이는 밴드' '원 모어 찬스' 등의 공연이 열렸다. 또 노씨가 직접 섭외한 중앙대 사진학과 학생들은 현장에 스튜디오를 만들어 이주 노동자들이 고향에 보낼 사진도 찍어주었다. 이날 찍은 사진만 350컷이었다.
노씨는 그러나 자신의 활동이 '기부'로 불리는 것에 대해서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제가 하는 음악 활동에서 조금 더 확장된 또 하나의 작품으로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노씨가 그렇게 '좀 더 확장된 또 하나의 작품'을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08년 전남 해남 미황사에서 산사음악회를 열고, 실황을 녹음한 앨범 판매수익금으로 인근 서정분교에 통학버스를 마련해주었다.
그는 또 오는 28일에는 강원도 평창군 봉평에서 결혼이주 여성들을 위한 '루나(음력) 크리스마스'를 열 예정이다. 수익금은 결혼이주 여성들을 위한 사랑방을 짓는데 사용된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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