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7월20일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 뒷마당. 백남준은 자신의 생일인 이날 절친한 친구였던 독일 예술가 요셉 보이스(1921~1986)를 위한 진혼굿을 열었다. 도포 차림에 갓을 쓴 그는 마당 한복판에 피아노를 눕혀 제상을 차려놓고 사자(死者)의 사진 위에 쌀을 뿌리며 소리를 지르는 등 당시로선 파격적인 행위예술을 펼쳤다. 오후 4시께 굿이 끝나자 소나기와 함께 벼락이 내리쳐 마당에 있던 느티나무 한 그루가 타 죽었다는 후문도 전해진다.
이 광경을 카메라에 담았던 사진기자 최재영씨가 25일부터 내달 13일까지 서울 안국동 갤러리 아트링크에서 백남준 5주기 추모 사진전 ‘백남준 굿’을 열고 당시 사진 20여점을 처음 공개한다. 최씨는 “백남준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굿 퍼포먼스를 취재하러 갔는데, 광경이 하도 충격적이고 기이해서 쉬이 잊혀지지 않았다”며 “보도 사진에 그칠 게 아니란 생각이 들어 작가적인 시선으로 찍으려 했다”고 말했다. 25일 오후 사진전 개막과 함께 경기이북 굿 계승자 이수연, 경기민요 예능보유자 이춘희, 서울시무용단장 임이조씨 등이 참여하는 백남준 5주기 추모제를 연다.
경기 용인시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일본 비디오기술자 아베 슈야(79)씨와 작업한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작품 특별전을 29일부터 3월31일까지 연다. 공동프로젝트 ‘백-아베 비디오 신디사이저’ 등과 함께 백남준 후기작품인 레이저아트 ‘삼원소’를 만날 수 있다.
용인시 한국미술관에서는 ‘이은주의 살아서 백남준, 장성은의 가신님 기리는 부인 구보타 시게코’전을 29일부터 내달 28일까지 신관에서 연다. 사진작가 이은주씨가 찍은 백남준의 생전 사진과 그의 부인 구보타 시게코씨의 작업실 및 작업을 소재로 한 장성은씨의 사진 작품들을 선보인다.
해외에서도 백남준 회고전이 한창이다. 지난해 9~11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회고전이 열린 데 이어, 영국 테이트 리버풀 미술관에서도 지난해 12월 ‘백남준 회고전’이 개막해 3월 31일까지 열린다. 백남준의 초기작품을 비롯해 조각, 설치, 드로잉, 판화 등 90여점과 다큐멘터리 사진, 도록, 포스터, 서신 등 120여점을 전시한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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