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대한민국 건설리더에게 듣는다] <1> 현대건설 김중겸 사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대한민국 건설리더에게 듣는다] <1> 현대건설 김중겸 사장

입력
2011.01.23 12:06
0 0

여전히 불투명한 국내 부동산시장 전망, 갈수록 힘들어지는 해외수주환경, 여기에 툭하면 불거지는 구태와 낡은 관행들. 과연 대한민국 건설산업의 리더들은 어떤 미래 청사진을 갖고 있을까. 신년을 맞아 대형건설사 CEO들의 연속 인터뷰를 통해 한국건설산업의 생존전략과 10년후 먹거리를 모색해본다.

인터뷰=이성철 경제부장

현대건설 김중겸(61ㆍ사진) 사장은 작년 한해 동안 24번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이동거리만 28만㎞, 수주와 글로벌 시장탐색을 위해 지구를 무려 7바퀴나 돈 것이다.

김 사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해외에 나갈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큰 일 났다"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국내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1위 건설사라지만, 세계랭킹은 아직 20위권에도 못 드는 게(23위) 현실. 해외에서 미국 유럽 등 세계 건설시장을 쥐락펴락하는 톱 클래스 기업들의 CEO들을 만나보면, 그 높은 장벽 앞에서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얼마나 먼 지 실감하게 된다"고 했다.

어차피 갈 길은 글로벌 시장뿐. 포화된 국내건설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수익원은 해외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톱10' 문턱을 넘기도 버거워 보인다. 오랜 고민과 해외현장 경험을 통해 김 사장 내린 결론은 '현대건설 DNA 개조'프로젝트.

"현대건설의 혈액형을 C형에서 D형, E형으로 바꿔야 합니다. 시공(construction)회사라는 생각과 틀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의 개발(development)회사, 기술과 라이선스가 집약되는 엔지니어링(engineering)회사로 변신하지 못한다면 결코 미국 유럽 일본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어요."

사실 양적으로 본다면 국내 건설사들은 이미 강자다. 지난해만해도 700억 달러가 넘는 해외수주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공사를 수행하면서 핵심기술에 대해선 여전히 선진국 건설사에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 휴대폰 강국 한국이 미 퀄컴사에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하는 것처럼. 김 사장은 "이젠 독립적 원천기술을 가진 건설사, 로열티를 받는 건설사가 되어야 하고 그러려면 엔지니어링 투자와 육성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면서 "과거 현대건설이 수많은 인재배출로 건설업계 사관학교라 불렸는데 이제는 C사관학교가 아닌 E사관학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지금 이런 목표를 위해 현대건설을 '개조'중이다. 첫 번째는 사업고도화. 아무나 할 수 있는 사업엔 더 이상 손대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는 "남이 가지 않은 길(사업)을 찾아 시장을 먼저 개척해 나가는 것이 대형 건설사가 갖춰야 할 진정한 프런티어 정신이며 그렇게 해야 중견기업과 상생도 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직도 바꿨다. 예컨대 서울 강북지사, 부산지사, 춘천지사 등 지역별로 구분됐던 조직은 리모델링, 재건축 등 사업내용위주로 바뀌었고, 발주처별로 담당이 구분됐던 턴키사업 조직은 도로ㆍ철도ㆍ환경사업 등 기능별로 재편됐다.

"예전 조직은 오로지 수주실적을 올리는 데만 주안점을 뒀는데 그러다 보니 수익성과 투명성에서 문제소지가 있었어요. 실무선에선 '조직을 이렇게 바꾸면 영업에 지장이 많다'고 반대도 있었지만, 질적으로 수준 높은 건설사, 보다 투명한 건설사가 되려면 이 정도 '이유 있는 부진'은 감내해야 한다고 봅니다."

김 사장은 올해 세계 15위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존 중동과 동남아 외에 호주, 중앙아시아, 중남미 등으로 수주시장의 외연을 넓힐 계획. 물론 '수주를 위한 수주'아닌 현대건설의 격(格)에 맞는 고기술ㆍ고부가가치 프로젝트 위주로 선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만약 지금 추진하고 있는 현대건설 DNA개조작업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더구나 든든한 글로벌 기업(현대자동차)을 새 주인으로 맞게 된 만큼, '톱10의 꿈'도 곧 실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사장은 "올해야말로 C현대건설에서 D현대건설, E현대건설로 바뀌는, 새로운 도약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잊을 수 없는 순간들

올해로 현대건설 입사 35년째. 김 사장은 자신의 건설인생에서 새롭게 눈을 뜨게 해준 두 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1980년대 초반 차장 시절, 말레이시아에서 30만평규모의 주택단지 건설사업을 맡았죠. 그 때까지는 그냥 짓는 게 건설의 전부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사업계획수립부터 완공까지 금융 등을 망라하는 시행업무, 즉 개발사업(development)을 담당하면서 건설이 어마어마한 영역이란 것을 깨달았습니다.

두 번째는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때입니다. 엔지니어링을 맡으면서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종합적 사고를 하게 됐고, 엔지니어링 기술개발 없이는 결코 건설강국이 될 수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C(시공)를 넘어 D(개발)와 E(엔지니어링)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지금의 신념도 앞선 두 번의 경험이 토대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 김중겸 사장은

1950년 경북 상주 출생.

휘문고 고려대 건축공학과 졸업

1976년 현대건설 입사. 건축사업본부장, 주택영업본부장,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역임

2009년3월~ 현대건설 사장

정리=전태훤기자 besa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